‘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등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2.9/뉴스1 © News1
1심 판결 당일인 9일만 해도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던 청와대가 여권이 과거 박근혜 정부를 비판해온 ‘블랙리스트’로 거꾸로 집중 비판을 받는 상황에 놓이자 강경 대응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청와대 윗선 개입 의혹’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도 깔려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결한 사건을 두고 청와대가 이를 부정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인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사법부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오만의 발로”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청와대 전경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신중한 대응 기조였다. 하지만 후폭풍이 설 연휴까지 이어질 경우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것을 감안해 적극 대응모드로 선회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블랙리스트’가 강조되면서 설 명절에 국민이 다들 ‘문재인 정부는 블랙리스트 정부’로 얘기할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야당은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대법원장도 수하에 두고 사법개혁에 매진하는 청와대니 일선 판사의 판결을 전면 무시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것이냐”며 “법관 탄핵으로 적당한 으름장도 놨으니 법관이 더 만만해 보이는가”라고 했다. 이어 “정권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사법부를 끌어내려 사법부를 사법(私法)부로 만들 작성인가”라고 비판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청와대 주장대로라면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블랙리스트’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환경부 이외에 다른 부처에서 진행된 낙하산 인사 관련 추가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를 파악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당은 재판부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청와대 개입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과 함께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