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선주자들 돈 풀기 경쟁 국가경제 미래 걸고 도박하나
박중현 논설위원
아메바, 짚신벌레와 동격 취급을 받고 가만있을 이 지사가 아니다. 말은 “잘 새기겠다”고 했지만 몸은 경기도민 1인당 1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나눠주는 방안을 행동에 옮겼다. 이 대표가 “거리 두기 중인데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은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비쳤지만 다음 날 이 지사는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2월 들어 이 대표가 선수를 쳤다. 2일 국회 연설에서 ‘신(新)복지국가’ 구상을 내놓은 뒤 한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은) 알래스카 빼고는 하는 곳이 없다.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며 이 지사의 지론인 ‘기본소득’ 도입 주장을 공격했다. 정 총리도 외신과 인터뷰에서 “보편적 기본소득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기반을 둔 정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거들었다.
말싸움에서 져본 적 없을 것 같은 고수(高手)들의 공방이 이 지사의 대표 브랜드인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과 ‘기본소득’이란 복지정책을 놓고 벌어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대표, 정 총리 지적대로 세계 최초로 한국이 기본소득을 본격 도입한다면 재정이 거덜 날 뿐 아니라 취약계층 보호 수준이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전문가들 대부분이 ‘작동 불가능한 정책’으로 꼽았던 게 이 대표가 첫 총리로 2년 8개월간 재직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다. 집권 5년차에 접어든 지금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임금을 높이면 밑에서 위로 경제 활력이 치솟는다는 소주성의 ‘분수효과’는 어디서도 확인할 수 없다. 성장률 3년 연속 하락,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일자리 쇼크만 남았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을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시험장’으로 본다는 점에서 다를 게 없는데 ‘소주성은 되고 기본소득은 안 된다’는 건 이 지사로선 부당하게 느낄 만하다.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놓고 1월에 이 지사와 신경전을 벌인 이 대표는 요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4차 재난지원금을 ‘보편+선별’로 지급하자며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대립하고 있다. 정 총리는 몇십조 원이 들지 모르는 자영업자·소상공인 피해보상 제도를 내놓으라고 기획재정부를 압박하면서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라고 쏘아붙였다. 겨우 1조4000억 원을 나눠주고 ‘포퓰리스트’로 불린 이 지사의 손이 작아 보일 지경이다.
분명한 건 이들이 나랏돈 쓰는 일에 한없이 대범하다는 점이다. 국민의 세금, 그것도 장차 자식·손자 세대까지 내야 할 세금을 당겨쓰는 문제다. 그런데도 몇 달 뒤 이들이 나눠준 돈으로 한우를 구워 먹으며 행복해할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허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