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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스,가을에 이름 떨치고 수베로는 앞으로 좋은 일 많아”

입력 | 2021-02-11 03:00:00

“성실히 노력하면 뜻 이루리라”
프로야구 감독들의 ‘토정비결’




구한말 조선을 찾은 서양 선교사들은 집집마다 ‘천자문(千字文)’과 ‘토정비결(土亭秘訣)’을 가지고 있었다고 기록을 남겼다. 해마다 설날이 되면 토정비결을 가지고 새해 운세를 점치는 건 낯선 일이 아니었다. 사실 토정비결은 그저 올해 운이 좋다, 나쁘다란 사실만 알려주지 않는다. 모든 점괘는 결국 성실하게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끝난다. 그렇기에 21세기가 시작되고 20년이 지난 올해도 토정비결 점괘가 아무 의미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새 시즌 맞을 준비에 한창인 프로야구 10개 구단 감독의 신축년 새해 토정비결을 알아봤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NC 이동욱 “차라리 늦게 시작함이 도리어 좋은 결과를 낳게 되리라.”


NC는 지난 시즌 사실상 줄곧 1위 자리를 지킨 끝에 창단 후 처음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올해 타이틀 방어를 바라는 건 당연한 일. 그러나 토정비결은 이 감독에게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한다.


두산 김태형 “까치가 뜰 나무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어찌 좋은 소식이 없으랴.”


김 감독은 지난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6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KS)로 이끌었다. 오재일(삼성)과 최주환(SK)이 떠났어도 여전히 정상권 전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이 올해도 KS 티켓을 차지할까.


KT 이강철 “재물이 길 위에 있으니 나아가 구하면 얻을 수 있으리라.”

정규시즌 2위에 올라 창단 후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지난해 KT는 안방경기 승률(0.611)은 2위였지만 방문경기 승률(0.521)은 5위에 그쳤다. 더 높게 가려면 객지에서 자주 웃어야 한다.


LG 류지현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큰 사람을 보아야 이로우리라.”


‘승진운’을 나타내는 이 점괘대로 류 감독은 사령탑에 앉았다. 토정비결은 류 감독에게 “7, 8월에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과연 LG가 올해는 ‘내팀내(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징크스를 피할 수 있을까.


키움 홍원기 “보배 솥에 단사(丹沙)를 지지니 신선의 약이로다.”


‘단사’는 진한 붉은색을 띠고 다이아몬드 광택이 나는 광물. 키움 역시 비슷한 컬러인 ‘버건디’가 상징색이다. ‘초보 감독’이 말 많고 탈 많았던 이 팀 감독 문제를 해결하는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롯데 허문회 “마음은 정직하나 운이 따르지 않아 홀로 노력하고 수고하겠다.”


롯데는 지난 시즌 ‘감독과 프런트 고위층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올해도 시즌 개막을 앞두고 비슷한 분위기가 전해지고 있다. 한배를 탔으니 서로 힘을 합쳐야 할 롯데의 운명은 과연?



KIA 윌리엄스 “맑은 바람 밝은 달에 미인과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다.”

프로야구 감독 10명 가운데 운세가 가장 좋다. ‘가을 야구’가 열리는 음력 9, 10월 운세도 ‘이름을 사방에 떨친다’ ‘세상만사가 태평하다’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단, 물 조심, 불 조심을 강조한다.


삼성 허삼영 “길한 일은 있으나 이름만 있고 실속이 없다.”

새로 영입한 오재일은 안방구장인 라이온즈파크에서 OPS(출루율+장타율) 1.089를 기록했다. 오재일이 이 구장에서 강했던 건지 아니면 삼성 투수진에 강했던 건지에 따라 허 감독 올해 운세가 달라질 공산이 크다.


SK 김원형 “활짝 핀 꽃 위로 꿀벌이 내려앉으니 얼마나 화평한 정경인가.”


김원형 감독은 ‘친정팀 감독’으로 돌아와 시즌을 개막하기도 전에 팀 주인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이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리기도 했던 게 사실. 토정비결은 일단 ‘잘된 일’이라고 진단한다.



한화 수베로 “육리나 되는 청산, 눈앞에 별다른 세계가 있다.”

지금까지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도 즐거운데 앞으로 더욱 좋은 일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한화는 ‘현재보다 미래를 보고 응원하는 팀’에서 ‘이제는 현재를 보고 응원하는 팀’으로 변모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