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설 명절 신풍속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주기도 시중 풀린 돈 8년만에 가장 적어
회사원 전모 씨(42)는 올 설엔 빳빳한 신권 대신 ‘언택트(비대면) 세뱃돈’을 생각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돼 만날 수 없는 고향의 조카들에게 간편송금 플랫폼 카카오페이로 5만 원씩 세뱃돈을 보낼 생각이다. 전 씨는 “중학교에 입학하는 조카를 만날 수 없어 아쉽다. 전화 덕담과 ‘랜선 세뱃돈’으로 대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씨처럼 ‘비대면 설’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설 명절 전 한국은행 신권 교환 건수에서도 확인된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10영업일간 시민들이 한은 발권국 창구에서 지폐를 새 돈으로 바꿔간 건수는 약 387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교환실적(7090건)의 54.7%로 조사됐다. 설을 앞두고 시중에 풀린 돈도 8년 만에 가장 적었다. 같은 기간 화폐공급실적은 4조7475억 원으로 작년보다 8814억 원(15.7%) 줄었다. 현금을 찾는 수요가 그만큼 감소했다는 의미다.
최근 주식시장이 급등하면서 자녀들에게 현금 세뱃돈 대신 ‘주식 세뱃돈’을 주거나 모은 세뱃돈을 주식 계좌에 넣어주려는 부모들도 있다. 주부 한수영 씨(39·여)는 5세 아들 앞으로 들어올 세뱃돈을 지난해 만들어둔 아들 명의의 증권계좌에 넣어줄 생각이다. 한 씨는 “아들에게 줄 세뱃돈도 현금 대신 삼성전자 등 우량주 1주를 사서 넣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14일까지 모바일뱅킹앱 WON뱅킹을 이용해 세뱃돈을 보내면 500명을 추첨해 던킨도너츠 먼치킨 10개 팩 모바일 쿠폰을 제공한다. 하나은행도 세뱃돈과 입학, 졸업 축하금 명목으로 외화적금이나 주택청약종합저축 등에 가입하면 상품 수에 따라 CU모바일 상품권 등을 경품으로 준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