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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퇴진은 개인 문제… 吳 공약 이행해야”

입력 | 2021-02-11 16:56:00

‘늘공 → 정치인 변신’, 변성완 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




변성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 [홍중식 기자]

1월 29일 금요일 오후 부산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복도로 위 커피숍에서 만난 변성완(56)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1월 23일 출마 결심, 26일 부산시장 권한대행 사퇴 후 민주당 입당, 27일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 28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공식 출마 선언까지. 27년 공직자에서 하루아침에 정치인으로 변신한 첫 일주일이 얼마나 분주했는지 그의 그을린 얼굴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1월 23일 출마를 결심하자마자 경남 밀양 삼랑진읍으로 향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를 찾은 후 후원회장으로 모셨다. 여론조사로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에서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힘이 돼줄 강력한 우군을 확보한 셈이다. 26일에는 온라인 퇴임식을 하자마자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것으로 정치인 변성완의 첫 공식 일정을 치렀다. 정치신인치고는 속전속결, 용의주도한 선택이었다.


“정략이 정책 영역을 침해해서야”


이번 보궐선거는 서울·부산 모두 ‘어차피 국민의힘’이라고 했지만, 최근 부산 민심이 흔들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감하나. 

“입당한 지 사흘밖에 안 됐는데 분위기 파악할 겨를이 있었겠나. ‘우리 당’이 입에 안 붙어서 자꾸 ‘민주당’이라고 한다. 그것부터 고쳐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안다. 다행히 우리 당 지지율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 

퇴임사에서 “정략이 정책 영역을 부당하게 침해한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시장 권한대행을 할 때 야당 의원들이 종종 시정을 폄훼하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모 의원은 지금 착착 진행되고 있는 공동어시장 공영화 작업을 원점으로 돌리겠다 하기도 하고, 센텀2지구 사업은 절차가 좀 남아 있는 것을 백지화됐다고, 마치 아예 안 되는 것처럼 말하기도 하더라. 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 빠지는 일이다. 아무리 야당이라도 지금 잘 돌아가고 있는 시정, 행정을 정치적 목적으로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오거돈 전 시장의 불명예 퇴진이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이 됐다. 2019년부터 함께 시정을 이끌어온 만큼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나. 

“오거돈 전 시장이 그렇게 된 것은 개인 문제이고, 오 전 시장이 민선 7기 부산시장으로서 내건 공약은 시민들과 약속인 만큼 우리 당은 그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시민들은 오거돈 개인이 아니라 민주당 부산시당을 찍은 것이다. 나 역시 권한대행으로서 그 약속을 이어나가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선거 국면이 여당에 유리한 상황이 아님에도 출마를 결심한 이유가 뭔가. 

“책임감이다.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자만이 왕이 될 수 있다는 말 그대로다. 행정 진척 상황으로 보면 올해는 부산시에 무척 중요한 한 해다. 미래 부산의 100년을 좌지우지할 한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초보 운전자가 시장 자리에 앉으면 배가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어찌 알겠나. 나는 배가 목적지로 갈 수 있는 방향을 아는 사람이라고 자신한다. 그런 점에서 흔들림 없는 시정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이 출마를 결심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민주당의 필승 카드였던 가덕신공항은 이제 야당도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더는 유효한 카드가 아니지 않나. 

“가덕도 문제는 부산 시민들한테는 엄청난 물음표다. 한다고 했다 안 한다고 했다, 여기라고 했다 저기라고 했다 이렇게 20년 넘게 끌어오면서 불신만 쌓였다. 하지만 더는 민심이 출렁일 것도 없다. 이번에 다 해소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다른 후보들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가덕신공항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건의할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임시국회 통과는 기정사실이다, 이미 된 거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특별법이 통과된 다음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다.’”


“활주로 하나 만들자는 것 아니다”


9개월간 시장 권한대행으로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행정에 관해서는 여야 어느 후보보다 내가 부산에서 최고 전문가라고 자신한다. 시정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 시장 역할을 해보니까 행정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정치 영역의 일들은 어떻게 조율하고 어떻게 갈등을 관리하는지 이런 부분들이 공무원에겐 생소한 부분이었다. 그럴수록 정무직 시장의 역할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당선된다 해도 잔여 임기 1년 3개월짜리 시장일 뿐이다. 

“그렇다. 잔여 임기가 1년 3개월이라 해도 실질적으로 일할 기간은 8개월 남짓이라고 본다. 2022년에는 대선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내년 1월부터는 정치 시계로 돌아간다. 행정이 멈출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 경험 없는 분이 시장이 되면 말 그대로 업무 파악하다 끝난다. 10년, 20년 일하는 시장을 뽑는 게 아니다. 자기 임기 중에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내 캐치프레이즈가 ‘중단 없는 전진’이다.” 




27년 공직생활을 마감한 소회는.

“어느 방송에서 다섯 글자로 표현해보라고 해서 ‘속 시원하네’라고 했더니 오해가 있었다. 27년간 일한 직장을 떠나는데 당연히 미련이 남고, 아쉽고,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그런 감정이 왜 없겠나. 출마 결심을 사퇴 하루 전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행정 영역과 정치 영역 사이에서 한두 달 정말 고심했다. 그중 하나를 털어냈더니 속이 시원하다는 말이었다.” 

변성완 예비후보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그에 대한 공통된 평가는 솔직, 소탈, 화통이었다. 인터뷰 중에도 “내가 솔직한 거 좋아합니데이”라며 툭툭 내뱉는 화법을 구사했다. 당내 경선 경쟁자인 김영춘 예비후보와 비교하자 “민주당은 원팀 정신이 강하다. 경상도 말로 ‘깔치뜯는(할퀴고 뜯는)’ 일 안 한다”면서도 “만날 원팀, 원팀 하면 재미없지 않나. 경쟁은 치열하게 해야지”라며 웃어 넘겼다. “이번 선거에서 떨어지면 정치를 그만둘 것이냐”고 넘겨짚자 “보궐선거 한 번 하려고 정치한다고 나왔겠나. 분명한 것은 이번 보궐선거에 페이스메이커로 나온 건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되려고 나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변성완 예비후보의 배우자는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부의장을 지낸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이다. 벌써부터 부부 정치인, 부부 국회의원 등장을 전망하는 이가 많다.

변성완
1965년 부산 출생, 배정고‧고려대 행정학과 졸업, 37회 행정고시, 부산 해운대구청 근무, 노무현 정부 대통령비서실 의전행정관, 부산시 기획관리실장, 행정안전부 지역경제지원관‧대변인, 부산 행정부시장, 부산시장 권한대행 역임.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76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