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바이든 취임에 한미 방위비 협상 급물살…“상징적 동맹 복원”

입력 | 2021-02-13 07:18:00

한미, 바이든 출범 후 보름 만에 8차 SMA 협상 재개
과도한 증액 요구 '트럼프 리스크'에 1년 넘게 교착
유효기간 다년, 첫 해 총액 인상률 13% 조율에 무게
외교부 "빠른 시일내 합의 이뤄지도록 긴밀 노력 중"
전문가 "상징적 동맹 복원 차원…늦어도 4월 전 타결"




1년 넘게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청신호가 켜졌다.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가 출범한 지 보름 만에 한미 협상단이 화상 협의를 통해 조속한 타결에 공감하면서 조만간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분담금은 한미가 지난해 3월 잠정 합의했던 다년 계약의 ‘13% 인상안’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부는 지난 5일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8차 회의가 5일 화상회의로 개최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7차 회의가 진행된 지 11개월 만에 공식 회의다.

외교부는 “양측은 동맹 정신에 기초해 그 동안 계속된 이견 해소 및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 도출을 위한 진지한 논의를 진행했다”며 “양측은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을 타결함으로써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번영의 핵심축(linchpin)으로서 한미 동맹과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9월 방위비 협상을 시작된 방위비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트럼프 리스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내내 한국을 ‘부자 나라’라고 부르면서 과도한 분담금 증액을 압박해 왔다.

협상 초기 2019년 분담금의 5배 수준인 50억 달러를 제시한 것은 물론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가 당시 국회정보위원장을 관저로 불러 노골적으로 50억 달러를 수차례 언급하며 무례한 요구를 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4월1일로 예정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 휴직 시행을 앞두고 한미가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는 긴박한 순간도 있었다. SMA 협정의 유효기간을 1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2019년 방위비 분담금(1조389억원)보다 13% 가량 인상하는 방안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막판에 거부하면서 협상은 또다시 교착 국면에 빠졌다.

이후에도 미국의 증액 압박은 계속됐다. 한국 정부는 잠정 합의안 수준의 타결을 요구한 반면 미국은 이번엔 50% 인상안을 들고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 세계 미군 재배치를 추진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지렛대로 방위비 증액을 요구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주독미군 3만6000명 중 1만2000명을 철군 또는 재배치하겠다고 밝혔다.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한국과 독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문구가 빠지면서 주한미군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또다시 제기됐다. 하지만 외교부는 방위비 협상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거듭 해명했다.
11차 SMA의 공백이 1년 2개월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협상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협박하면서 한국을 갈취하는 식으로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취임 이후에는 주독미군 철수 중단을 지시하면서 주둔 미군 감축을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카드로 활용하며 동맹을 ‘가치’가 아닌 ‘거래 대상’으로 삼았던 트럼프 정책의 폐기를 시사하기도 했다.

외교가에서는 한미가 유효기간을 다년으로 하고, 총액 인상률을 10차 분담금 대비 13% 인상하는 잠정 합의안 수준에서 다시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협상 방식이 준용될 가능성도 높다. 8, 9차에서는 첫 해 인상률에 합의하고, 유효기간은 5년으로 하되 연도별 인상률은 전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CPI) 인상률을 반영하지만 최대 4%를 넘지 않도록 했다.

CNN은 11일(현지시간) 방위비 논의에 정통한 5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 측이 분담금을 13%가량 인상하는 다년 방식으로 몇 주 내에 한미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안 합의를 타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CNN에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관해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을 신속하게 마무리함으로써 향후 한미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라며 “한미 동맹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린치핀”이라고 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전날 전화통화에서 한미 동맹이 동북아, 인도·태평양 지역, 전 세계 평화·안정·번영의 핵심축(linchpin)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한미 동맹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방위비 협상의 신속한 타결을 위해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바이든 미 신행정부 출범 후 한미는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도록 긴밀히 노력 중”이라면서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 협의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전 행정부가 동맹을 거래 대상으로 삼은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의 방위비 협상인 만큼 바이든 행정부는 상징적인 동맹 복원 차원에서 늦어도 4월 전에 타결에 나설 것”이라며 “전 세계 미군의 대비태세 점검 등 전반적으로 분담금 소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상률이 잠정안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현재 한미는 지난해 3월 잠정 합의안 결렬 이후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면서 대면 협의 대신 화상, 유선, 현지 대사관을 통해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은 가까운 시일 내 차기 회의를 개최하되 구체 일정은 외교 경로를 통해 협의하기로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