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맨 © News1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하며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비밀들과 새로운 내용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김범석 의장의 보수를 비롯해 쿠팡이 상장을 통해 조달할 목표 자금 규모, 차등의결권 부여를 위해 미국 상장을 선택한 배경, 지난해 실적과 향후 운영 계획 및 비전 제시 등이 대표적이다.
쿠팡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제출한 196페이지에 달하는 S-1 양식의 상장신고서에 드러난 6가지 비밀을 분석해 봤다.
쿠팡은 이번 상장을 통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이 이뤄진다면 국내 물류시설 확충은 물론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앞서 쿠팡은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 소프트뱅크로부터 총 30억달러(3조3000억원)를 수혈했다. 이는 국내 30개 도시에 150개 이상 물류센터를 세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지속적인 투자에 따른 가용 자금 추가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아직 상장될 주식수와 공모가 범위에 따라 유동성은 남아 있지만 최소한 10억달러 규모 자금을 기준점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쿠팡이츠와 로켓프레시 등 신사업 확대와 물류 투자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자금 확보는 필수다. 특히 해외 진출 가능성도 열어둔 만큼 미래 계획에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매년 적자에 시달리는 쿠팡에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6년만에 원금이 6배 넘게 불어나는 엄청난 성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쿠팡 상장이 2014년 알리바바그룹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외국회사 IPO가 될 것이라며 쿠팡의 기업가치가 500억달러(5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WSJ은 쿠팡 상장의 최대 수혜자로 소프트뱅크를 꼽았다. 소프트뱅크의 투자펀드인 비전펀드(SVF)는 2015년(10억달러)과 2018년(20억달러) 두 차례에 걸쳐 30억달러(약 3조3000억)를 투자해 쿠팡 지분 38%를 보유하고 있다.
쿠팡의 기업가치가 500억달러에 달할 경우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쿠팡 지분 가치는 190억달러(약 2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블룸버그는 쿠팡의 기업가치를 300억달러(약 33조원), 쿠팡 내부에서는 400억달러(약 44조원)로 추산하고 있어 기업가치 규모에 따라 손 회장의 투자차익은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김범석 보수 158억, 동생 부부도 8억
상장신고서를 통해 김범석 쿠팡 의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의 보수도 확인됐다.
김 의장은 지난해 연봉 88만6000여달러(약 9억8000만원)와 주식 형태 상여금(스톡 어워드. 퇴직 후 일정 기간이 지나서 정해진 계획에 따라 주식으로 받는 일종의 상여금) 등 총 1434만1229달러(약 158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장의 남동생 부부도 쿠팡에서 총 8억원 규모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의 증권거래신고서에 따르면 ‘고용인 이해상충’ 내역으로 김 의장의 동생 부부에 대한 고용 사실이 적시됐다.
쿠팡은 증권거래신고서에서 “해당인들이 김 의장과 생계를 같이 하고 있지 않다”며 이해상충 우려가 낮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형제자매를 포함해 통상 3촌 이내로 본다.
김 의장의 남동생은 2018년 이후 연봉 기준으로 27만9000~47만5000달러, 남동생의 아내는 같은 기간 20만2000~24만7000달러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 합산 최대 72만2000달러(약8억원)을 받은 것이다.
김 의장의 남동생 부부는 지분 5% 이상 주주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WSJ이 전망한 쿠팡의 기업가치 기준으로 가정할 시 남동생 부부의 보유지분이 0.1%에 달하더라도 지분가치는 500억원대에 달한다.
지난해 영입된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743만여달러 상당 스톡 어워드를 비롯해 총 2764만달러(305억원)의 보수를 챙겼다. 투안 팸 CTO는 7년간 글로벌 승차공유업체인 우버에서 CTO로 재직한 바 있다.
◇매출 매년 2배씩 ‘나이키 곡선’, 흑자 전환도 기대
쿠팡의 지난해 매출 규모도 공개됐다. 쿠팡은 매년 4월경 감사보고서를 통해 실적을 공개했지만 상장을 신청하며 지난해 경영성과가 예년보다 빠르게 공개된 것이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약 119억6733만달러(약 13조2500억원)로 전년 62억7326만달러(7조1000억원)보다 91%가량 늘어났다. 영업손실은 5억2773만달러(5805억원)로 2019년 6억4383만달러(7082억원)보다 1200억원 가량 낮췄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수혜에 힘입어 몸집은 두배로 키웠고 기업가치 산정에 발목을 잡던 적자 규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흑자 전환 가능성도 내비친 것이 무엇보다 긍정적이다. 단순 적자폭을 줄인 것에 그친 것이 아닌 코로나19 방역 비용으로 5000억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한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적자는 805억원으로 줄어든다.
적자 폭은 줄이면서 매출은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13년 478억원에 그쳤던 쿠팡의 매출은 2년만인 2015년 1조130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을 돌파했다. 2017년에는 2조6813억원으로 2조원을 돌파했고 2018년 4조원, 2019년 7조원, 작년 13조원을 넘어섰다.
몸집을 큰 폭으로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2배에 가까운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7년전 대비해서는 275배에 달하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차등의결권’ 부여로 김범석 체제 구축
차등의결권 지급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차등의결권이란 창업주에게 다른 주주가 보유한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적대적 인수합병 세력을 견제하고 의사결정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장치다.
쿠팡은 김 의장에게 이같은 차등의결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쿠팡 주식은 클래스A 보통주와 클래스B 보통주로 구성된다. 클래스B는 클래스A 대비 주당 29배의 의결권이 있다. 즉 쿠팡 지분율 1%만 보유하더라고 29%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모두 김 의장이 소유한다. 현재 지분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장 후 지분 2%만 가져도 주주총회에서 지분 58%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 할 수 있어 사실상 김 의장이 경영권을 장악하게 된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은 앞으로도 실질적인 경영권을 갖고 과감한 투자와 고용 확대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김 의장이 주식을 매각 혹은 증여하면 차등의결권 기능을 상실하도록 했다.
업계에선 김 의장이 차등의결권을 확보함에 따라 상장 후에도 쿠팡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장으로 지분율이 낮아지더라도 차등의결권을 통해 얼마든지 경영권 방어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쿠팡맨’에 1000억 자사주 보너스 지급
김 의장은 상장 이후에도 직원들과 상생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그는 “일선 근무자와 비(非)매니저급 직원들에게 최대 총액 90만달러 혹은 1000억원의 주식 보상을 승인할 계획”이라며 “우리의 직원들과 일선 근무자(쿠팡맨)들은 쿠팡의 중추이며 성공의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축하하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일선 근무자들이 우리 고객들에게 서비스하기 위해 고생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플랫폼 경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프로토콜 경제’를 실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상장 당시 숙박공유 호스트를 위해 비의결주식 920만주를 ‘숙박공유 호스트 기부펀드’(Host Endowment Fund)에 기부했다. 또한 SEC는 우버 운전자 및 플랫폼 노동자에게 1년 보상금은 15%까진 지분으로 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쉽게 말해 우버 운전자들이 월급 대신 우버 주식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성장하는데 자신의 집을 제공한 호스트나 우버 기사의 공을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플랫폼 경제에서는 에어비앤비와 우버 본사가 버는 돈에 비해 이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얼마되지 않는다.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프로토콜 경제다.
‘프로토콜 경제’란 시장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일정한 규칙(프로토콜)을 만들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경제를 말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보안과 프로토콜 공유 문제를 해결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정해놓은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탈중앙화·탈독점화가 가능하다. 공정성과 투명성도 높일 수 있다.
또 쿠팡은 2025년까지 5만개 일자리 창출도 약속했다. 이미 지난해 약 2만5000명 직원을 고용하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 창출 기업으로 꼽혔다.
김 의장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매일 쿠팡에 의존하는 고객과 입점업체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며 “앞으로도 한국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좋은 일자리에 투자해 국내 지역경제에 지속해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