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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까지 지친 손흥민, 핏빛 투혼에도 ‘슈팅 0개’

입력 | 2021-02-14 14:20:00

사진 AP 뉴시스


손흥민(29·토트넘)이 희비가 엇갈린 설 연휴를 보냈다.

프로 최초로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기쁨을 누리는 한편, 리그 1위 와의 경기에서는 플레이도 안 되고 몸과 마음까지 다친 불운을 겪었다.

토트넘이 14일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위 맨체스터 시티와의 방문 경기에서 현격한 전력 차이를 드러내며 0-3으로 완패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로드리의 선제 페널티킥 골에 이어 알카이 권도안이 2골을 터트렸다. 손흥민은 ‘단짝’ 해리 케인과 함께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뛰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토트넘은 10승 6무 7패(승점 36)가 돼 9위로 내려 앉았다.

7일 웨스트브로미치 전에서 7경기 만에 리그 13호 골(시즌 17호)을 기록하고 11일 FA컵 에버턴 전(4-5패)에서 프로 통산 첫 도움 해트트릭을 올리며 기세를 올린 손흥민은 절망감을 느낄만한 쓰라린 경험을 했다. 이 경기 전까지 손흥민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2016~2017시즌 부임한 이후 맨체스터 시티 전에 9번 나서 6골을 놓을 정도로 강했다. 동료들이 상대 진영에서 공을 뺏어 주거나 상대의 실수로 어이받은 기회를 여지없이 골로 연결했다.

하지만 이날은 맨체스터 시티의 전방 압박과 공 점유율, 선수 개인 활동량 등에서 완전히 밀리면서 손흥민에게 공 투입이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손흥민과 케인을 내세운 ‘선수비 후역습’은 리그 최강에게 지워졌다. 토트넘의 포백 수비와 미드필더들은 상대의 전방위 압박에 몸을 돌리지 못하고 백패스를 하거나 의미 없이 전방으로 걷어내기 바빴다. 가뭄에 콩나듯 케인에게 패스가 연결된 상황에서도 맨체스터 시티 수비들이 2, 3중으로 들러싸며 손흥민으로 가는 진로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후반 손흥민은 아예 상대가 공을 돌리는 것을 쫓아다니며 수비하기에 바빴다.

후반 막판 위치를 중앙과 오른쪽 측면으로 바꿔가며 연계 플레이로 공격을 풀려 했으나 이마저도 강한 압박에 걸렸다. 손흥민은 상대 역습 드리블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상대 주앙 칸셀루의 축구화 스터드에 발목이 찍혀 비명을 지르고 쓰러졌다. 다행히 응급 처지를 받고 일어나 마지막까지 경기를 소화했으나 부상 부위에 출혈이 생겨 스타킹이 피로 물들었다. 손흥민은 53회 공을 터치하고 태클을 4회 성공시키며 부지런히 뛰었지만 슈팅은 한 개도 하지 못했다. 11일 에버턴 전에서 120분을 뛰고 지친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강 상대에 완벽히 막힌 아쉬움과 전술적 한계, 부상의 우려를 곱씹어야 했다. 경기 후 영국 매체들은 “날카로움이 보이지 않았다. 휴식이 필요해 보인다”, “손흥민에게 답답한 저녁이었다” 등의 평가를 내렸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