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Return to Forever’로 유명한 재즈피아니스트 칙 코리아 별세 록-클래식-라틴 결합, 실험적 연주 작년 본보 인터뷰서 “발레음악 꿈” ‘Corea’ 성으로 한국에도 친숙 내한공연때마다 “내 나라” 너스레
클래식부터 라틴음악, 즉흥 솔로부터 교향악까지 넘나든 전방위 재즈 거장 칙 코리아가 2017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연주하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실험적 연주와 창의성으로 재즈의 스펙트럼을 넓힌 거장, 미국의 건반 연주자이자 작곡가 칙 코리아가 9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AFP통신 등 외신은 코리아가 최근 발견된 희귀 암으로 갑작스레 별세했다고 11일 보도했다. 향년 80세. 코리아는 지난해 9월 두 장짜리 실황앨범 ‘Plays’를 내고 최근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생방송 연주를 연속적으로 선보이며 정력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1941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생전에 키스 재럿(76), 허비 행콕(81)과 함께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재즈 피아니스트로 꼽혔다. 1968년 데뷔작 ‘Tones for Joan‘s Bones’부터 뛰어난 테크닉과 독창적 연주로 음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명반 ‘In a Silent Way’(1969년) ‘Bitches Brew’(1970년)에 참여하며 몽환적인 일렉트릭 피아노 연주와 파격적 구성을 실험한 코리아는 이후 그룹 ‘서클’ ‘리턴 투 포에버’를 결성해 록, 클래식, 라틴음악, 재즈를 결합한 ‘재즈 퓨전’의 신세계를 열었다. 코리아는 그래미상 재즈 분야에서 23차례 수상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탈리아계인 코리아는 ‘Corea’라는 성으로 한국에도 친숙하다. 그는 지난해 5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Corea’라는 내 성의 유래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젊고 열정 넘치는 한국의 관객은 늘 너무 사랑한다”며 웃었다. 이 인터뷰는 그가 한국 매체와 맺은 마지막 인연이 됐다. 코리아는 당시 기자와의 국제전화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건강만 유지된다면 20대 때보다 더 왕성하게 창작할 수 있다”며 “멤피스의 힙합 댄스 그룹과 전혀 새로운 형태의 발레음악을 만들어보는 것이 꿈”이라고 의욕적으로 말했다.
코리아가 지은 ‘Spain’ ‘La Fiesta’ 등의 곡은 후배 연주자들이 계속해서 재해석하는 재즈 스탠더드의 위치에 올랐다. 바다 위를 나는 새를 표지에 담은 서정적인 음반 ‘Return to Forever’는 한국 팬들의 사랑을 특히 많이 받았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