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대전고등법원
이균용 신임 대전고등법원장이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의 ‘법관 탄핵 거래’ 의혹 파문과 관련해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했다”고 평가한 것이 법원 내부에서 화제다.
이 법원장은 9일 취임사에서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내려 뿌리부터 흔들리는 참담한 상황이다”며 “정치권력이나 여론몰이꾼, 내부로부터의 간섭 등 부당한 영향에 대해 법원은 의연한 자세로 헌법과 법률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법원장은 이어 “헌법 1조2항에 기초한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라는 말은 집단적인 감정 표출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국민 정서나 국민의 의사를 내세워 편향된 주장을 실정법에 우선하려는 위험한 여론몰이가 사회를 뒤흔들고 법원을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고법원장은 “정치가 법치를 집어삼키는 사법의 정치화가 논란이 되는 시점에서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구체적인 재판내용의 공정, 재판절차의 적정은 물론 외관상으로도 중립적이고도 공정한 법관의 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명을 완수하고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재판을 비롯한 법원이 제공하는 모든 사법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자고 주문했다.
이 고법원장은 “아무리 변화하는 현실이 어려운 여건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뚫고 나아가야 한다”며 “‘불변의 이념’을 가진 사람은 ‘변화하는 현실’에만 끌려 다니는 사람에 비교해 언제나 소수인 것 같지만 역사는 결국 이 소수가 역사를 전진시켜 사회를 새로운 발전 단계로 들어가게 했다고 증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 출신인 이 법원장은 부산중앙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임관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남부지법원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