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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교황 초청 뜻 강했다…北외교관 2019년 종교행사 참석”

입력 | 2021-02-15 17:51:00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오후 평양 옥류관에서 오찬을 가진 후 방북에 동행한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와 환담하고 있다. 2018.9.19/뉴스1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설이 제기됐던 지난 2019년 교황청 영토 내에서 열린 가톨릭 단체행사에 북한 고위 외교관들이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북한 외교관의 종교 행사 참석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 초청 의지가 그만큼 강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이백만 전 주교황청 한국 대사는 14일 ‘피렌체의 식탁’의 기고문을 통해 2019년 2월 10일 로마의 라테라노 대성당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교황청 산하 가톨릭 자선단체 산테지디오(Sant’Egidio) 창립 51주년 기념미사와 리셉션이 열렸다”면서 미사를 마친 뒤 열린 리셉션에서 김일성 배지를 단 김천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관 대사대리와 서기관을 만났다고 밝혔다.

이 전 대사는 당시 김천 대사대리와 만나 “서로 통성명을 하고, 환담을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었다”면서 “마침 임팔리아초 산테지디오 회장이 찾아와 서먹서먹할 수도 있었던 자리를 화기애애한 만남으로 만들어 줬다”고 설명했다.

당시 만남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했을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적극 호응한 이후에 이뤄진 일이다.

그 시기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018년 12월 산테지디오의 임팔리아초 회장 일행이 만수대 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환담하는 모습을 전했다. 당시 임팔리아초 회장 일행이 김영남 외에도 임천일 외무성 부상과 평양외국어대 교수와 학생 등을 만났고 장충성당(가톨릭)과 정백성당(러시아 정교회) 등을 둘러봤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그는 “북한의 정부수반(김영남)까지 나서 산테지디오 회장을 이렇게 환대해 주고 이를 대외에 공개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 당국이 임팔리아초 회장에게 산테지디오의 평양사무소 개설을 타진했던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산테지디오가 2018년 12월 북한 당국으로부터 평양사무소 설치를 제안을 받은 바 있다”면서 사무소 설치를 못했던 이유에 대해 ‘사실상 미국의 제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사는 북한이 가톨릭교와 프란치스코 교황에 관심을 보인 또 다른 이례적인 사례로 ‘북한 종교협회가 2018년 12월 성탄절을 앞두고 남한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성탄 축하 영상메시지를 보낸 것’을 꼽았다.

이러한 사례를 거듭 언급하면서, 이 전 대사는 당시 김정은 총비서의 교황 방북 초청 의사는 굉장히 컸다고 밝혔다.

사실 북측이 교황 방북에 대한 의지를 여전히 갖고 있다면, 교황 방북이 추후 남북관계 개선에 돌파구가 될 여지는 남아있다.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가톨릭’이라는 의제가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한미가 경색된 북미관계를 풀 수 있는 열쇠로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 교황 방북 문제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추후 교황 방북까지 성사되면 지난 2019년 2월 북미정상 간 ‘하노이 노딜’ 이후 소원해진 북미·남북 관계 재가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사는 교황 방북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의 연관성과 관련해 “교황 방북은 특정 종교 지도자의 행차가 아니다”며 “만약 교황이 북한 땅을 밟게 된다면, 그것은 북한 개방에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전 대사는 올해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관련한 중요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 봤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미관계 개선의 키를 쥐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게 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핵심 당사자인 문재인 대통령도 만나게 된다. 이 절호의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신 분(교황)의 성품으로 보아서 그럴 리가 없다. 교황은 이 기회를 하느님이 주신 은총이라 생각하고 두 지도자와의 대화를 통해 좋은 중재안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