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차 대신 여기 어때?’
14일 오후 9시경 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 숙박업소 입구.
역시 커다란 봉지를 든 김모 씨도 “일행 3명과 함께 모텔로 ‘2차’ 하러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한잔하다보면 9시쯤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쉽잖아요. 근데 요새 편의점 같은 데서 술을 사서 가면 장소를 제공해주는 숙박업소가 엄청 많아요. 앞으로도 술집이 문을 닫으면 계속 이용할 생각이에요.”
●2차 술자리로 숙박업소 북적북적
3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맛의거리에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판하는 검은색 현수막이 걸려 있다. 최근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 업종 간 형평성 문제와 특정 집단의 불만섞인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2일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또 오는 9일에는 자영업·소상공인 관계자들과 함께 다중이용시설 방역수칙 적용에 대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2021.2.3/뉴스1 © News1
최근 주점이나 음식점의 영업제한에 걸려 더 이상 술을 마실 공간이 없는 시민들이 숙박업소를 이용해 음주를 이어가는 분위기가 늘어나고 있다. 원칙적으로 5명 이하 모임 금지만 지키면 방역수칙 위반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취지에는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숙박업계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던 입장에서 고객이 찾아오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객실 정원을 초과하는 인원은 숙박이 불가하다”는 지침은 그대로라 이를 어겼다간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 물론 일부 업소들은 이런 고객들을 상대로 이런 편법 영업을 벌이기도 한다.
종로구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송모 씨(30)는 “방역지침 상 2인 이상 숙박 손님은 아예 받지 않으려고 한다”며 “하지만 4명이 방 2개 잡고 한 방에 모여 술을 마시는 건 솔직히 막을 수가 없다”고 난감해했다. 또 다른 숙박업소 측도 “2명이 먼저 들어온 뒤 몰래 한두 명씩 더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반면 정모 씨(35)는 “한 업소는 ‘방만 2개 잡으면 상관없다’며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러다보니 숙박업소 밀집 거리에 있는 편의점과 음식배달업체 등도 때 아닌 호황을 맞았다. 한 편의점 직원 정모 씨(24)는 “주점 영업제한이 시작된 뒤 오후 9시부터 손님들이 술을 바구니 째 들고 줄을 설 정도”라고 했다. 배달업체 직원 양모 씨(21)는 “9시 영업제한 조치 이후 모텔로 배달하는 건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영업 1시간 늘린다고 무슨 소용”
15일부터는 영업제한이 1시간 완화되며 주점 등은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해당 업소들은 “효과가 미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음식점이나 주점 업주들도 숙박업소 좋은 일만 시키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 구로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58·여)는 “본격적으로 매상을 올리는 시간대를 고려하면 그저 구색만 갖춘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명확한 근거 없이 시간만 제한하면 이를 납득 못하고 숙박업소 같은 틈새를 찾는 이들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방역당국이 제시하는 ‘한 칸 띄어 앉기’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전제하에 면적당 인원제한 등 유연성 있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