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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인터넷 느려” 90대男 ‘저격’ 광고에 1100만원 썼다

입력 | 2021-02-16 20:30:00

인터넷이 너무 느리다는 글을 신문 광고에 실은 아론 엡스타인. CBS 뉴스 갈무리


인터넷이 느려 답답했던 미국의 90세 남성이 약 1100만 원을 들여 신문에 통신사 ‘저격’ 광고를 낸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CBS 뉴스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할리우드 출신의 아론 엡스타인(90·남)은 60년 동안 미국 이동통신사 ‘AT&T’의 서비스를 이용해왔다.

엡스타인은 최근 5년 동안 인터넷 속도가 저하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매일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낙으로 사는데, 최근 들어 인터넷이 너무 느려 보다가 끊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러던 중 엡스타인은 AT&T가 ‘빠른 인터넷 속도를 자랑한다’고 광고하는 것을 보게 됐다. 그는 AT&T에 전화를 걸어 ‘왜 나한테는 더 빠른 인터넷 속도를 주지 않냐’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AT&T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엡스타인이 월 스트리트 저널에 게재한 AT&T 비판글. 트위터 갈무리


결국 엡스타인은 미국의 대표 경제신문인 ‘월 스트리트 저널’ 광고란에 AT&T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적기로 했다. 광고를 내는 데 1만99달러(약 1110만원)가 들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AT&T의 CEO(최고경영자) 존 스탠키 씨에게’로 시작하는 공개편지에서 그는 “AT&T가 100MB/s의 속도를 제공한다고 광고하지만 우리 지역이 이용하는 최대 속도는 3MB/s다”라고 폭로했다. 이어 “경쟁사는 200MB/s가 넘는데 왜 AT&T는 그러지 못하나, 선도적인 통신 회사 맞냐”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광고가 게재되자마자 엡스타인은 AT&T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AT&T는 이후 엡스타인뿐만 아니라 이웃들의 인터넷까지 업그레이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AT&T는 “해당 지역의 광섬유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었으나 광고 때문에 예정보다 빠르게 진행하게 됐다”고 언론에 밝혔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