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수사하는 검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청에서 수사와 영장 청구, 기소를 담당하는 검사의 권한과 역할이 폐지되고, 그 대신 1차 수사에서 전면 배제된 검사는 기소와 공소 유지, 국가 공익활동을 전담하는 것으로 권한이 대폭 축소된다.
여당이 추진하는 이 방안이 시행되면 1954년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명문화한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8년 만에 검사 중심으로 구축된 현행 국가 형사사법 체계가 근본적인 변혁을 맞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산하 수사기소권완전분리TF 팀장 박주민 의원은 16일 아침 라디오에 출연해 가칭 ‘수사청’ 설치를 통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방침을 밝혔다. 이 방안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보고 됐으며, 2월 관련법 국회 발의 후 6월 법통과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이후 법 시행 유예기간을 6개월 정도 둘 경우 이르면 내년 초부터 검찰청이 수사청과 공소청으로 분리된다.
수사청 신설에 따라 현재 검찰조직은 공소청으로 축소 개편된다. 수사 업무에서 배제된 검사는 수사청과 경찰 등에서 청구하는 압수수색 영장과 구속 영장 등 각종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고 범죄 혐의자를 재판에 넘겨 유죄를 받아내는 일에 집중하는 것으로 권한과 역할이 조정된다. 또 국가를 대리해 소송 진행을 맡거나 민법상 검사가 해야 하는 공익적 역할 등을 맡게 된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현재 검찰에 있는 검사는 공소청에 잔류하거나 수사청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수사청으로 가는 경우에는 검사직은 사표를 내고 가칭 ‘수사관’으로 지원해야 한다. 박 의원은 검사의 수사청 이동에 대해 “검사자격을 유지하고 검사로서 오는 건 아니다”며 “검사는 사표를 내고 그 다음에 지원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설날인 12일 “(검찰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에 이관할 경우) 총 수사역량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기우”라며 “6대 범죄수사에 소질과 경험이 많아 계속하고 싶은 검사는 검찰청을 떠나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소속과 직위를 변경하면 된다”고 페이스북에 적은 바 있다.
여권의 검찰 개혁 방안이 내년부터 시행될 경우 일선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청, 경찰의 ‘3각 수사 체제’로 재편되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청구, 기타 공익활동으로 업무영역이 줄어든다. 영장 청구 권한이 검사에게 유지된다고는 하지만 수사에서 배제된 상태에서 수사청과 경찰이 신청하는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는 창구 역할을 맡거나 영장 미비 사항을 보완하도록 지시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여 현재 검사가 갖는 권한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이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여권이 권력형 비리 의혹 등 정권에 부담이 되는 민감한 수사를 통제해 나가기가 더 수월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권 관련 수사를 놓고 문재인 정부와 갈등이 지속돼 온 검찰조직을 수사에서 배제시킨 상태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장과 신설되는 수사청장,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이 모든 수사 지휘를 도맡게 되면서 권력의 원천인 수사권 자체를 여권이 틀어쥘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