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MZ 라이프]2030 파고든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
뉴닉은 첫돌을 맞은 2019년 12월 구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가졌다. 당시 10만이 안 되던 구독자는 지금 28만 명을 넘는다. 90% 이상이 밀레니얼 세대다. 뉴닉 제공
‘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
밀레니얼 세대는 바쁘다. 직장이나 학교를 다니거나 취업 준비를 하고 아르바이트하면서 각종 스펙을 쌓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인스타그램도 한다. 세상일에 관심을 갖고 싶지만 뉴스는 딱딱하고 용어는 낯설며 맥락은 오리무중이다. ‘사법 농단’이 언제 때 일인가. 그걸 알아볼 시간이 없을 뿐 세상에 무관심하지는 않다. 누가 속 시원하게 정리해 줄 수 없을까.
뉴닉 사이트 초기화면. 뾰족뾰족하게 잘린 신문의 재단면을 연상시키는 고슴도치는 뉴닉의 캐릭터인 ‘고슴이’다. 사진 출처 뉴닉 사이트
문장 구성은 대화처럼 문답식이 많다. 예컨대 국무총리가 정세균으로 바뀐다고 하면 누구나 알 것 같지만 ‘국무총리가 뭐더라?’부터 풀어준다. 이를 ‘배경을 풀어준다’고 한다. 그 다음은 ‘정세균은 누구지?’이다. 시사뉴스 총괄 최창근(닉네임 근) 에디터(30)는 “다음 내용이 궁금한 독자의 속마음을 알아차리듯 뉴스레터에 자연스럽게 이끌리도록 유도한다”고 했다.
제일 우선순위는 독자다. 아이템 선정도 ‘독자가 원하는 것일까’라는 원칙 아래 시의성, 관련성, 복잡성, 신선함 등을 확인하는 내부 기준과 매뉴얼에 따른다. 따로 편집장 없이 매일 쓰는 당번과 편집 당번이 돌아가면서도 큰 차이 없이 아이템을 결정할 수 있는 이유다.
독자 중심의 첫 번째 원칙은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이다. ‘국무총리가 뭐야?’라고 해도 될 텐데 ‘∼뭐더라?’ 한 건 ‘(국무총리가 뭔지) 들어봤을 테지만 혹시 모르니까 한번 들어볼까’ 하는 뉘앙스다. ‘∼뭐야?’는 독자가 아예 모른다고 전제하는 투다.
뉴닉의 공동창업자인 빈다은 최고운영책임자(COO·왼쪽)와 김소연 최고경영자(CEO). 뉴닉 제공
이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의 감수성을 깊게 살핀다. 최신 유행어나 신조어도 특정 집단이나 계층을 비하한다고 판단되면 쓰지 않는다. ‘주린이(주식+어린이)’라는 말이 어린이를 서툴고 어리석은 존재로만 한정한다며 ‘주마추어(주식+아마추어)’라고 쓰는 식이다.
독자 피드백은 그래서 중요하다. 뉴스레터당 1000건 정도 피드백이 달린다. 6000개가 넘은 것도 있다. 소통을 통해 진화하는 셈이다.
뉴스레터 작성은 밀레니얼 세대인 뉴닉 구성원 10여 명에게 모두 열려 있다. 누구나 수정하고 팩트체크 할 수 있다. 글 좀 써봤다고 해도 ‘다른 말을 배우는’ 과정을 두세 달 거쳐야 익숙해진다.
뉴닉은 김소연 대표(킴·27)가 미국 워싱턴 로버트F케네디인권센터에서 했던 인턴 경험에서 출발했다. 미국인 직원들의 정치 관련 대화에 끼고 싶었지만 도무지 맥락을 파악할 수 없던 그에게 한 시니어가 ‘모닝브루’ 같은 뉴스레터를 추천했다. 구독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한국에서 해보고 싶다’며 귀국한 킴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지금의 모양새를 갖췄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