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세대교체, 디지털 총수 시대]<11> 구현모 KT 대표
새해 들어 20회 넘게 진행된 이 같은 비대면 토론회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KT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어울리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일하는 방식부터 플랫폼의 핵심인 개방성, 연결성, 확장성이 반영돼야 한다”는 구 대표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 조용하지만 확실하게…34년 ‘KT맨’의 개혁
“통신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2021년 신년사)
대표적인 예가 ‘미래인재 육성 프로젝트’다. 구 대표는 취임 후 첫 내부 일정으로 이 프로젝트 발대식을 선택할 만큼 애정을 쏟았다. 인공지능(AI) 개발과 플랫폼 운영이 가능한 실무형 인재를 2022년까지 1500명 확보하겠다는 목표 아래 나이, 부서, 직급 제한 없이 지원자를 받아 현재 2기가 운영되고 있다. 통상 기업들이 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 등 이른바 ‘ABC’ 역량 확보를 위해 외부 인재 영입에 의존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KT 관계자는 “디지털 분야로의 직무 전환을 보장하는 프로그램이라 지원자가 몰려 경쟁이 치열하다”며 “KT의 변신에 직원들을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 “KT의 사명과 책임 다해야”
구 대표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 2만3563주를 매입하며 KT의 미래 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취임 2년 차를 맞는 구 대표는 KT를 미디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HCN 인수합병(M&A)을 마무리해 스카이라이프와 함께 미디어 플랫폼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여기에 채워 넣을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콘텐츠 전문법인 ‘KT 스튜디오 지니’를 설립했다. 웹소설·웹툰 자회사 스토리위즈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자체 제작한 드라마나 영화 등을 유통시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디지털 생태계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함께하고 있다. 구 대표는 “KT는 보통의 대기업과는 다르다. 우리의 비전은 고객 삶의 변화와 다른 기업의 혁신을 이끄는 것”이라며 국가기간통신사인 KT의 역할도 강조하고 있다.
KT의 사회적 역할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구 대표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개인, 소상공인, 기업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KT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인근 소상공인들을 돕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 밖에 KT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온라인 결혼식, 온라인 대학축제 등의 비대면 캠페인,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120억 원을 투자받아 차세대 방역 연구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