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계의 학교폭력(학폭) 파문이 커지고 있다. 가해 사실을 인정한 이재영 이다영 송명근 심경섭 선수는 국가대표 선발에서 제외되고 팀 경기에도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이들 외에 다른 배구선수에게 학폭을 당했다는 폭로도 나오고 있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일반인들 사이의 학폭 사례도 올라오고 있어 ‘학폭 미투’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체육계 폭력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대책이 나왔다.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가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일명 최숙현법)이 19일 시행된다. 폐쇄회로(CC)TV 설치 추진, 인권침해 피해자 보호 강화 등의 내용이다. 앞서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 성폭행 및 폭력 사건 이후에는 체육계 인권 사건을 전담하는 스포츠윤리센터가 설립됐다. 하지만 체육계 폭력은 계속되고 있고, 대부분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학생선수 인권상황 조사에서 응답자의 14.7%가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중고교 선수 중 79.6%는 아무 대처를 하지 않거나 소심하게 불만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보복 등 사후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성적 지상주의 풍조 속에서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폐쇄적인 체육계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