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응급요원들이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2, 3월 예방접종 시행 계획’을 내놓은 15일, 일선 기자단과 보건의료 전문가 그룹에선 이 같은 반응이 나왔다.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인 요양병원, 요양시설, 정신요양 재활시설 등과 관련된 접종 대상자 수가 당초 발표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의 ‘전권’을 부여받은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8일 첫 예방접종 세부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들 요양병원 관련 접종 대상자를 77만6900명(입소자 약 50만6300명, 종사자 약 27만600명)이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15일 발표 때는 그 수치가 64만8855명(입소자 약 37만3989명, 종사자 약 27만4866명)으로 바뀌었다. 집단감염 우려와 치명률이 높아 먼저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보는 요양병원 관련자가 2주 만에 13만 명 줄어든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두 수치는 모두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자료에서 뽑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유효성 논란 속에 정부는 65세 이상 접종을 3월 말 이후로 연기했다. 그만큼 국민 불안감도 적지 않다. 일선 병원에서는 “백신을 맞아야 하느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발표 하나하나에 국민 관심이 크다. 현장에선 “안 그래도 불안한데 정부가 오락가락하면 누굴 믿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세계적으로 백신 공급 부족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올여름까지 ‘자국민 우선 접종’ 기조를 강화하면서, 화이자와 노바백스 등 자국산 백신을 싹쓸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우리 정부도 기존 백신 접종 계획을 수시로 바꾸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정부는 최대한 신중한 행보를 취해야 한다. 불필요한 실수로 백신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건 이번 한 번으로 족하다.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