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이 떨어지면 그러하듯 인간의 마음도 때로는 깨지고 부서진다. 한국계 미국 작가 태 켈러의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은 그 깨어짐과 부서짐의 고통을 다룬 감동적인 소설이다.
화자인 열두 살짜리 소녀는 달걀 떨어뜨리기 대회에 나갈 예정이다. 6∼8학년(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과학적 잠재력 발달을 장려하기 위한 흥미로운 대회다. 달걀이 깨지지 않게 3층에서 떨어뜨리면 우승자가 된다. 예전 같으면 어머니가 반가워하며 도와줬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몇 달 전부터 어머니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예전에 알던 어머니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모르는 사람이 어머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 같다. 소녀는 어머니의 무표정한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비참한 속마음을 털어놓고 펑펑 울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소녀는 모든 것을 안으로 잡아들인다. 그래서 어머니의 우울증은 소녀의 것이 된다.
그래도 우승하고 싶다. 상금으로 뉴멕시코에 가서 코발트블루 난초를 구해 올 생각이다. 착각이지만 그 꽃만 있으면 어머니가 나을 것만 같다. 그런데 준비해 간 달걀이 깨지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아무리 노력해도 달걀이 깨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간절함과 절박함이 통했는지 어머니의 우울증이, 딸의 것이기도 했던 우울증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한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