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남복 기자 knb@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기존 소셜미디어가 한 사람의 글이나 사진, 영상에 댓글로 반응하는 구조였다면, 클럽하우스에서는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이용자들이 세 가지 역할을 오가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진행자(moderator)는 모임에서 이야기할 주제를 선정하고 대화를 진행한다. 진행자는 발언권을 주거나 뺏을 권한이 있고 또 다른 사람을 공동 진행자로 지정할 수도 있다. 발언자(speaker)는 ‘무대’에서 말할 권한이 있다.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또 다른 발언자에게 질문할 수 있다. 청취자(listener)는 무대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다가 하고 싶은 질문이나 말이 있으면 손을 들 수 있으며, 기회를 부여받으면 발언자가 될 수 있다. 동시에 모든 사람은 그 방을 언제든 조용히 떠날 수 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이처럼 방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 대해 아무 부담 없이 자유로운 편이다.
둘째, 클럽하우스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발언자는 언제 얼마만큼 말하고, 언제 조용히 해야 할지를 알아야 한다. 이는 소통의 기술에서 매우 중요하다.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로버트 치알디니 박사 역시 뛰어난 소통가는 언제 말하고 언제 침묵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회의에서 발언 기회를 독점하거나 다른 사람의 발언 기회를 빼앗는 것은 일종의 ‘소통 폭력’이다. 단순히 돌아가면서 발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시각에 대한 또 다른 사람의 의견으로 이어지면서 대화가 두터워지는 것이 좋은 대화와 회의의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청취자의 역할이다. 훌륭한 발언은 훌륭한 청취로부터 시작된다. 잘 듣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할 이야기만 생각하기보다는 나와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그들로부터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화를 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뭔가 좋은 것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클럽하우스든 일하면서 경험하는 회의이든, 아니면 사적인 대화이든 소통에도 지수가 있다면 이는 참여자들이 서로가 ‘뭔가 좋은 것’을 갖고 있다고 기대하며 귀를 기울이는 정도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