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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은 권력암투 없었다는데…‘왕수석’ 신현수 수차례 사의, 왜?

입력 | 2021-02-17 13:41:00


지난달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 룸에 참석한 신현수 민정수석. 왼쪽은 유영민 비서실장.  2020.12.31 뉴시스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은 그가 문재인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핵심 참모였다는 점에서 다소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청와대 ‘왕수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터라 여권의 권력 구도와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설 연휴를 전후해 몇 차례 문 대통령에게 사직 의사를 밝혔던 신 수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 출근해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17일 아침에도 청와대 현안 회의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의 만류에 민정수석 직무는 계속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최근 (검사장급 전보가 있었던) 검찰 인사 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 견해가 달랐고 그것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민정수석이 사표가 아니고 사의를 몇 차례 표시했으나 그때마다 대통령이 만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 그 상태고 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민정수석은 단 한 차례도 회의에 빠진 적이 없이 없고 오늘 아침 현안 회의에도 참석했다”며 신 수석의 거취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청와대 설명과 제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신 수석은 최근 검찰 인사에서 자신이 배제된 것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직 의사를 밝혔으나 문 대통령의 강한 만류로 일단 직무수행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 수석이 사직 의사를 고수하면서 문 대통령이 사표를 전격적으로 수리하는 상황으로 갈지, 아니면 곧 있을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신 수석의 의견이 반영되면서 사태가 봉합되는 쪽으로 전개될지는 유동적이다. 

신 수석은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요구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교체와 대검 참모진 교체, 한동훈 검사장의 일선 복귀 등을 반영하려고 조율을 시도했으나 7일 단행된 인사에서는 신 수석의 뜻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인사를 앞두고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 4일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청와대 내부 기류가 검찰에 강경하게 돌아섰고, 이 과정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까운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신 수석을 건너뛰고 문 대통령을 독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인사안을 재가 받았다는 말도 나돌았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백 전 장관에 대한 영장 청구와 신 수석의 사의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의 영장 청구에 문 대통령이 격노했고 그것이 검찰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 측은 또 신 수석의 사의 표명에 민정수석실 내부의 권력 암투가 개입돼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검찰 인사 과정에서 이 비서관이 직속상관인 신 수석을 패싱하고 법무부 장관이 주도한 인사안을 관철시켰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검찰 인사 과정에서 민정수석실 내부 이견은 없었다”며 “이 비서관이 법무부 장관 편을 들고 수석을 패싱하고 (이 비서관이) 사표에 이르게 됐다고 하는데 이건 정말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비서관은 사표를 낸 적도, 거기(인사)에 이견을 보인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청와대 해명에도 불구하고 신 수석이 검찰 인사를 조율하는 도중에 법무부 장관의 의중대로 인사안이 대통령 재가가 난 점, 신 수석이 한 차례도 아닌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한 점, 현 정부 출범 때부터 민정수석실에서 일해 온 이 비서관이 청와대 비서진 중에서 문 대통령을 독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비서관 중 한 명일 정도로 청와대 내 입지가 탄탄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최근 민정수석실 내부에 심상치 않은 갈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차기 대통령 선거가 1년여 정도 남은 임기 말에 정권의 핵심 기반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권력 투쟁이 벌어질 경우 레임덕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어 여권이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전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상관인 김영한 민정수석을 패싱하고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직보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수사와 정보, 공직감찰,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전담함으로써 대통령 힘의 원천이 되는 민정수석실에서 내부 분란이 일어나는 것은 정권으로서는 반드시 막아야 하는 대형 악재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어떻게든 신 수석의 사의 파문을 이 정도에서 수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때문에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이나 이 비서관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손을 들어줄 경우 정권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더 이상의 확전을 막고 현 사태를 진화하는 쪽으로 전력을 기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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