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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뜨거워’ 비트코인 랠리…그 뒤켠엔 中의 화폐전쟁

입력 | 2021-02-17 14:57:00


가상화폐 ‘대장’으로 꼽히는 비트코인 가격이 코인 당 5만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간 가상화폐를 둘러싼 ‘거품’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일부 외신들은 ‘이번에는 다르다’는 분석도 내놨다. 최근 글로벌 국제 정세와 정보통신(IT) 업계의 변화가 비트코인의 지위를 끌어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미국 달러화가 차지하고 있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비트코인이 위협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15일(현지 시간)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의 가치 상승은 미국 패권과 달러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Signal)”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동안 미국은 보호주의와 고립주의를 자처하며 글로벌 위상이 하락했다. 올 초 일어난 미 의회 폭동 사건도 미국의 민주주의와 정치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때문에 FT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안정성과 신뢰도도 하락했다고 전했다.

과거 비트코인의 상승세는 투기 세력이 이끌었지만 이번에는 ‘참전 세력’ 자체가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세계 최고 부자에 오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1조700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 보유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테슬라는 향후 테슬라의 전기차를 구입할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동시에 밝혔다. 머스크는 이전에도 트위터에서 공개적으로 가상화폐를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잭 도시 트위터 CEO도 최근 암호화폐 개발 지원 펀드에 비트코인 260억 원 어치를 기부하며 가상화폐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처럼 거대 자본과 기술을 보유한 미국 최대 IT업체 거물들이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글로벌 정세 변화가 비트코인의 지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미-중 갈등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 화폐시장을 흔들기 위해 일찌감치 정부 차원에서 가상화폐를 지원해왔다. 지난달 미국 대표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2028년에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는 현재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지위 불안과 위안화의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경계하는 투자자들이 국제정세 변화나 정치적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무국적 화폐’에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세계 주요 모바일 결제 시스템도 비트코인 지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IT매체 안드로이드 어소로티는 16일 “3대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 구글페이, 삼성페이도 머지않아 비트코인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삼성페이에 등록된 신용카드로 편의점에서 결제를 하듯, 비트코인 지갑을 등록해놓으면 자동으로 원이나 달러로 바꿔 결제가 되도록 만든다는 뜻이다. 이미 애플의 아이폰은 특정 앱을 사용하면 이와 비슷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화폐 체계의 지각변동은 미국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 CNBC 방송에서 댄 나단 리스크리버설어드바이저 설립자는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현재의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이 달러화 대신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축적하기 시작하면 달러화의 위상이 급속히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나단은 기업들이 결제와 자산축적 수단으로써 달러를 비트코인을 대체하고 난 뒤에는 미국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은택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