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통화량 평균 역대 최대 규모 코로나 금융지원-저금리 등 영향 소비 등 실물경제 선순환 안이어져 지폐 환수율은 금융위기때 절반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통화량(M2·광의통화) 평균 잔액은 3070조8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60조9000억 원(9.3%) 증가했다. 통화량이 연간 기준으로 30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1986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전년 대비 증가액도 사상 최대였다.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10.3%) 이후 11년 만에 가장 가팔랐다. 통화량은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에 만기 2년 미만의 정기예적금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을 모두 합한 개념이다.
한은은 시중 통화량이 급증한 데는 코로나19 확산과 저금리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정부가 추경과 금융 지원으로 막대한 자금을 풀었고 기업과 가계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자금을 쌓아 뒀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의 평균 잔액은 632조658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01조2731억 원 증가했다. 해당 예금이 100조 원 넘게 늘어난 것은 처음이다. 저금리 속에 주가와 집값이 상승하자 내 집 마련, 투자 등을 위해 가계대출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5만 원권의 환수율이 특히 낮았다. 지난해 5만 원권 환수율은 24.2%로 2019년(60.1%)보다 약 40%포인트 떨어져 처음 발행된 2009년(7.3%) 이후 가장 낮았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돈을 은행에 맡겨 두거나 쓰기보다는 일단 갖고 있으려는 사람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폐가 되돌아오는 주요 통로인 숙박, 음식점 등 대면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거래가 위축된 점도 지폐 환수율을 떨어뜨린 원인으로 꼽힌다.
시중에 풀린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 보여주는 지표들도 최악으로 떨어졌다. 2010년 24배 수준이던 통화승수는 지난해 14.9배까지 떨어졌다. 화폐유통속도는 2015년 0.76에서 지난해 0.62로 감소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돈을 풀어도 실물경제로 가지 못하고 있다”며 “돈이 자산시장으로 쏠리면서 실물경제와 괴리가 더 커지면 앞으로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