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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박근혜 정부서도 불법 사찰 계속”…野 “노무현 정부때도 국정원 사찰”

입력 | 2021-02-17 22:52:00


이명박(MB) 정부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전선을 박근혜 정부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MB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보수 정권에 ‘불법 사찰’ 딱지를 붙여 정국 주도권을 계속 쥐고 가겠다는 포석이다. 여당 의원들은 “하루아침에 끝날 사안이 아니다”라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반면 여권의 공세를 4월 선거를 겨냥한 ‘보수 적폐몰이’로 보는 국민의힘은 “선거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 국정원의 불법까지 모두 밝히자”고 맞서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무제한 토론으로 표결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전략이지만, 김 의원은 법안 개정에 찬성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려 발언대에 섰다. 2020.12.11/뉴스1 © News1


민주당 의원들은 17일 일제히 박근혜 정부의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서 “2009년 12월 16일 (청와대가) 정치인에 대한 사찰 등을 (국정원에) 지시했는데 이걸 하지 말라고 중단 지시를 내린 게 없다”며 “박근혜 정부에서도 불법 사찰이 계속됐다고 보는 것이 필연적으로 맞다”고 했다.

전날(16일) 박지원 국정원장은 “불법 사찰 자료가 박근혜 정부 때에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됐을 개연성이 있지만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까지 조준하는 것은 공소시효와도 연관이 있다. 김 의원은 “이명박 정권이 자행한 불법 사찰은 공소시효 7년이 지났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한 것은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며 신속한 조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정보위 경찰청 업무보고가 끝난 뒤에도 “박근혜 정부가 정보경찰을 불법 정치공작에 활용했다는 사실을 (경찰청장이) 인정했다”며 “2009년 12월에 있었던 지시가 박근혜 정부 때도 지속되지 않았나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당의 이런 공세에는 사찰 의혹 문건이 공개될 경우 큰 폭발력을 불러올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에 걸쳐서 사찰들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것이 청와대랑 연관됐을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확인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번 선거의 프레임을 불법 보수정권 심판론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 후에 모든 과거 정부 때 불법 사찰을 함께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일종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불법 사찰 진상 규명을 한다 하더라도 선거 끝나고 하는 게 맞다”며 “김대중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모든 정부를 다 조사하자”고 제안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2021.1.13/뉴스1 © News1


국민의힘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일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거론하며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노무현 정부 때도 국정원 사찰이 있었다는 것이 임기 말에 일부 확인됐다”며 “노무현 정부 때도 (국정원) 정보관이 있었는데, 민정수석실에서 정보 수집을 중단하라는 지시가 있었는지, 그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이 답변해야 할 의무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비서관 등을 지낸 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그때(MB 정부) 사안하고는 완전히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정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장의 보고조차도 받지 않았다. 심지어 저희(참모)에게 ‘국정원 보고 받지 말라’고 지시했던 것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정권에까지 불길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은 정부 여당이 4월 재·보궐 선거는 물론 내년 3월 대선까지 겨냥해 ‘보수 적폐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희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서슬 퍼런 임기 초에도 안 보였던 문건이 보궐선거를 코앞에 둔 이 시점에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과연 우연이냐”며 “아무리 선거가 급하다 해도 지겨운 ‘전 정부 탓’과 음습한 정치공작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