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위기 벗어나자마자 ‘의회난입 책임론’ 제기 매코널 공격 각종 선거 당내 영향력 행사 공언도 美언론 “최고실세 자리 놓고 붙어” 빅2 대립에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 성명을 내고 “매코널은 완고하고 음침하며 웃음기 없는 정치꾼(political hack)”이라며 “그의 정치적 통찰력과 지혜, 기량, 인격 부족은 그를 다수당이 아닌 소수당 리더로 전락시켰고 앞으로 더 나빠지기만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매코널 같은 정치 지도자가 주도하는 한 공화당은 다시 강해지거나 존중받을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매코널 대표의 대만계 부인 일레인 차오(68) 가족이 중국과 선박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을 근거로 “가족 사업 때문에 중국에 관해서는 매코널을 믿을 수 없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교통장관이던 차오는 지난달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 이후 자진 사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이 매코널과 함께하려 한다면 그들은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훌륭하고 강력하고 사려 깊고 공감을 할 줄 아는 리더십을 원한다”고 했다. 2022년 중간선거에 친트럼프 성향의 인사를 공천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그가 매코널 대표를 콕 찍어 집중적으로 공격한 데는 공화당 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성명을 통해 공화당 최고 실세는 자신임을 확인하려 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탄핵 부결로 정치적 부담을 벗어던진 그가 보수 유권자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정치 행보를 재개할 뜻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68%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을 계속 이끌어야 한다”고 답했다.
둘 간의 이런 갈등은 향후 ‘트럼프 신당’의 창당 가능성과 맞물려 공화당의 앞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민주당이 공화당 내분을 이용하려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