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성 한 명이 그제 새벽 우리 군 감시망을 뚫고 헤엄쳐 월남했다. 그는 잠수복과 오리발을 이용해 강원 고성군으로 넘어왔고, 해안 철책 아래 훼손된 배수로를 통해 내륙으로 들어와 7번 국도를 따라 걸어 내려왔다. 그러나 일반전초(GOP)에서 약 5km 떨어진 민간인통제선(민통선) 검문소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후에야 우리 병력이 투입됐다. 신병을 확보한 건 검문소에서 포착한 이후에도 3시간 흐른 뒤였다.
이는 북한과 맞닿은 최전방에서조차 제대로 된 경계 근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남성의 해안 월남 과정은 군 감시 장비에 여러 차례 포착됐으나 현장 출동 조치가 없었다. 뒤늦게 ‘국도 활보’까지 이뤄지자 허겁지겁 병력이 투입됐고, 수색 끝에 낙엽을 덮고 자고 있던 남성을 찾았다고 한다. 해당 부대는 2012년 북한 군 병사의 ‘노크 귀순’, 지난해 11월 북한 남성의 ‘철책 귀순’이 발생한 곳인데 또 뚫렸다. 이쯤 되자 군 감시망이 “양말 구멍보다 자주 뚫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군은 감시망이 뚫릴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한편으로는 과학화경계시스템 강화에 세금을 붓고 있지만 이번처럼 감시 장비로 포착하고도 제때 대응 못 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지난해 7월 인천 강화도에서 탈북민이 해안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이후 군은 전반적인 접경 지역 배수로 점검을 약속했는데 그 후속 조치가 제대로 진행됐는지조차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