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트 에델펠트 ‘루이 파스퇴르’ 1885년.
1886년 파리 살롱전의 주인공은 화가가 아닌 과학자였다. 바로 프랑스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 무려 세 명의 화가가 그의 초상화를 그려 출품했다. 그중 알베르트 에델펠트의 작품은 비평가들의 찬사와 함께 대중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 정부는 이 핀란드 화가에게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까지 수여했다. 파스퇴르의 초상화는 왜 그렇게 큰 인기와 영광을 누렸던 걸까?
19세기 많은 북유럽 화가들처럼 에델펠트 역시 스무 살에 파리로 미술 유학을 왔다. 뛰어난 관찰력과 섬세한 묘사력으로 무장한 사실주의 그림으로 일찌감치 살롱전에서 인정받았지만, 쟁쟁한 프랑스 화가들과 경쟁해 성공하기는 쉽지 않았다. 11년의 무명 생활을 견딘 그에게 첫 명성을 가져다준 그림이 바로 이 초상화였다. 당시 64세였던 파스퇴르는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이자 인류를 구한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었다. 닭 콜레라와 탄저병 백신에 이어 1885년에는 광견병 백신 개발까지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최초의 백신은 1796년 영국 의학자 에드워드 제너가 발견했지만, 면역학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뤄낸 사람은 파스퇴르였다. 제너가 소에서 추출한 우두로 천연두 예방법을 찾아낸 것에 착안한 파스퇴르는 토끼를 이용해 광견병 백신을 개발했다. 그림 속 파스퇴르는 최신 실험 장비로 가득한 실험실에 있다. 한 손에는 실험 노트를, 다른 한 손에는 유리 용기를 들고 그 안을 유심히 관찰 중이다. 병 안에 든 건 광견병에 감염된 토끼의 척수다. 화가는 그를 연구에 몰두하는 침착한 과학자의 전형으로 묘사했다.
사실 이 그림은 광견병 백신 연구가 아직 진행 중이던 1885년 봄에 그려졌다. 그러니까 빛나는 성취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을 염원하는 그림인 것이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그해 7월 파스퇴르는 광견병 백신 첫 임상시험에 성공한다. 예언이 되어버린 이 그림이 공개되자 열광과 찬사가 쏟아진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