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靑민정수석 사의 파장]靑민정수석 ‘인사 갈등’ 사의 후폭풍
○ 박범계, 신현수 만류에도 인사 발표 강행
17일 청와대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박 장관과 윤 검찰총장은 2일과 5일 두 차례 만나 검찰 인사안을 논의했다. 윤 총장은 7월 임기 만료 전 마지막 인사인 만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교체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틀 뒤 일요일인 7일 법무부는 대검찰청에 알리지 않고 인사 발표 약 1시간 전 언론에 인사 발표를 예고했다. 이에 대검은 법무부가 인사를 발표한다는 사실을 신 수석에게 알렸고, 신 수석은 “무슨 소리냐. 그런 일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가 신 수석에게도 인사 발표 여부를 알리지 않은 것이다.
결국 신 수석은 주변에 “박 장관과 같이 일 못 하겠다”고 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인 신 수석이 취임하자 검찰 후배들도 중재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컸다”며 “그 기대를 아는 신 수석이 이런 상황을 못 견딘 것 아니냐”고 했다. 법무부의 인사 발표 이후 신 수석은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수석의 격분과 사의 표명 사실을 알게 된 박 장관도 부랴부랴 청와대로 신 수석을 찾아갔다. 박 장관은 9일 국무회의가 끝난 뒤 청와대에서 신 수석을 만나 자신의 입장을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사법시험 33회, 신 수석은 26회다.
박 장관이 신 수석을 제치고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검찰 인사를 협의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있어 신 수석과 이 비서관은 뜻이 같았다”고 부인했다.
○ 신현수 “박범계 장관과 같이 일 못 하겠다”
신 수석이 사의를 굽히지 않으면서 당분간 파문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반려에도 신 수석은 주변에 “나는 자세를 변치 않는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신 수석이 ‘제 책임이 크다’라고 하더라”며 “사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언제까지 현 상태가 이어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날 이례적으로 신 수석의 사의 표명과 문 대통령의 만류 사실까지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일종의 ‘달래기’라는 분석이 있다. 신 수석의 사의 표명 이유를 공개해 “신 수석의 불만을 이해한다”는 제스처이자, 사의를 접게 하려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한 여당 의원은 “결국 박 장관이 일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했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며 “신 수석보다 법조계 후배인 박 장관이 너무했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는 신 수석이 7월까지가 임기인 윤 총장의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법무부와 검찰 간 중재 역할을 맡은 뒤 민정수석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효목 tree624@donga.com·황형준·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