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기소…정찰총국 소속 박진혁·전창혁·김일 "전 세계 은행·기업 현금·암호화폐 빼돌리려 해" "김정은 암살 소재 영화 제작 소니 사이버공격 연루" "보복·정권 지탱 위한 광범위하고 오래된 범행"
미국 법무부가 전 세계 은행과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돈과 암호화폐를 빼돌린 국제적인 해킹에 연루된 북한 해커 3명을 기소했다고 AP통신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은 미국 영화사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과 13억 달러(약 1조4300억원) 규모의 은행 및 기업 돈을 빼돌리는 것을 목표로 한 광범위한 해킹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 연방검찰은 “이들은 은행과 기업으로부터 13억 달러 이상의 돈과 암호화폐를 훔치고 대대적인 랜섬웨어 공격을 단행하려 했다”면서 “2014년 북한 정권이 좋아하지 않았던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를 목표로 한 해킹도 감행했다”고 밝혔다.
미 검찰은 이들의 돈 세탁을 돕기로 한 캐나다계 미국인이 혐의를 인정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 미국인은 가상화폐를 현금화하는 것을 도우려 한 혐의다.
지난해 12월 제기한 공소장에 따르면 기소된 이들의 이름은 박진혁과 전창혁, 김일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모두 북한 인민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소속이다. 북한 해커그룹 ‘라자루스’(Lazarus)와 ‘APT38’ 배후로 지목된 곳이다.
박씨는 지난 2018년 9월 제기된 소니픽처스 사이버 공격 사건에 연루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북한 공작원이 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니픽처스는 2014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암살 시도를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를 제작했다.
미 검찰은 이들이 전 세계 은행에서 12억 달러 이상을 훔치려 했다고 주장했다. 가장 최근엔 2019년 몰타에서 네트워크를 해킹해 은행 간 거래 가짜 메시지로 자금을 송금했고 2017년 5월엔 암호화폐 거래소를 해킹해 랜섬웨어 ‘워너크라이’(WannaCry)를 심었다.
미 로스앤젤레스 검찰과 미 연방수사국(FBI)도 뉴욕 은행에서 해커들이 빼돌린 것으로 알려진 190만 달러의 암호화폐를 압수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암호화폐 2곳에 보관 중인 이 돈은 은행에 돌려줄 예정이다.
이들은 미 국방부를 비롯해 에너지, 항공우주, 기술업체 등을 대상으로 ‘스피어피싱’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 검찰 당국은 “이들의 범죄 행위는 광범위하고 오래됐으며 그 범위는 매우 충격적”이라며 “보복과 정권 지탱을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국가적인 범죄”라고 말했다.
존 디머스 미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들은 총보다는 키보드를 사용하고 현금 자루 대신 암호화폐의 디지털 지갑을 훔친다”며 이들을 “세계적인 은행 강도”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