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 4개월 만에 증가세 꺾여 2·4 공급대책 '우선공급권' 탓에 매수세 '일단 관망' 신고가 경신 지속되나 영향 적은 재건축·신축 위주 전셋값 급등세도 주춤…시장 안정 되찾을지 주목
새해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 매수 관망세가 커지며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집값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과 대출 규제에 이어 오는 6월 세제 강화까지 각종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는 데다, 최근 집값 상승세를 뒷받침해 온 전셋값 급등세도 주춤한 탓이다. 집값 안정 가능성에 대한 불신의 골이 여전히 깊지만, 일단 정부 2·4 공급대책 발표로 시장에는 매수 관망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급대책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일부 단지는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는 등 시장이 혼란을 거듭하고 있어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전월 대비 상승세가 꺾인 것은 지난 9월 이후 4개월만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지난 9월(3767건) 이후 ▲10월 4376건 ▲11월 6351건 ▲12월 7513건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해가 바뀌고 돌연 거래 부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직 신고 기한(거래일로부터 30일 이내)이 약 보름가량 남아 있어 지금보다 거래량이 더 늘어나겠지만, 지난해 12월 거래량과 격차가 커서 거래량 감소 추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이달도 1~17일 약 보름간 거래량이 358건에 그친 것으로 잠정 집계돼 설 연휴를 전후로 매수 관망이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급대책의 영향으로 노후 아파트 위주로 거래 부진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공급권 도입으로 인해 지난 4일 이후 주택을 매입한 사람은 나중에 공공주도 개발 사업구역에 포함됐을 때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후보지가 발표될 때까지는 매수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현대1∼7, 10·13·14차·대림빌라트) 현대2차 아파트 전용면적 196㎡는 지난달 11일 55억원에 팔려, 종전 최고가 49억3000만원보다 5억7000만원 뛰었다.
이 아파트는 오는 28일 조합설립총회를 앞두고 있는데,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는 조합 설립 이후에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매매가 불가능하다. 인근 압구정2구역(신현대 9·11·12차)도 오는 25일 조합설립총회를 앞두고 있어 조합 설립 전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다.
신축 아파트도 여전히 강세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전용 159㎡는 이달 8일 56억원에 팔려, 분양가(약 30억4200만원) 대비 20억원이 넘는 금액에 거래를 신고했다. 정부 공급대책으로 인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집값이 단기에 급격하게 올라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운 환경인 데다, 최근 서울 일부 지역에서 전셋값 급등세가 주춤해져 갭투자(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투자)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124.2로, 지난해 10월5일(121.4) 이후 최근 4개월 새 가장 낮았다. 이 지수는 해당 지역의 공급-수요 상황을 0~200사이의 점수로 나타낸 것인 데, 지수 하락은 공급이 늘거나 수요가 감소했음을 뜻한다.
이에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하는 수도권 내에서도 과천시(-0.12%)에 이어 하남시(0.01→-0.14%)까지 전셋값 하락 지역이 등장했다. 이는 서울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강동구(0.12→0.07%)의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전세시장이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쌓인 상황에서 겨울철 이사가 막바지에 이르자 강남권에서는 고가 전세 매물이 누적되고 호가 조정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전셋값 안정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경우 집값 상승세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