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1.2.17/뉴스1 © News1
우리 군이 지난 16일 강원도 고성 지역에서 붙잡은 북한 남성의 월남 경위를 공개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17일 국회 답변에서 이 남성의 신원에 대해 “민간인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으나, 그 외 이 남성의 연령대 등 다른 인적사항에 대해선 아직 군 당국은 공식 확인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
특히 합동참모본부는 이 남성이 “귀순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그렇게 보는 이유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합참은 아직 이 남성에 대한 “관계 당국의 조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이 같은 ‘선별적 설명’이 외려 논란만 더해가는 형국이다.
군 당국은 일단 이 ‘귀순 추정’ 남성이 북한에서 동해를 헤엄쳐 우리 지역으로 넘어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합참은 이 남성이 상륙한 강원도 고성군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이북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에서 발자국과 함께 잠수복·오리발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의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 내용에 따르면 이 남성의 발자국이 발견된 곳은 군사분계선(MDL) 남쪽 약 3.6㎞ 지점이다. 그러나 이 남성이 바다를 통해, 더구나 남북한군 모두의 경계·감시망을 피해 내려오려면 이보다 훨씬 더 먼 거리를 헤엄쳤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잠수복과 오리발에만 의지한 채 한겨울 바닷물 속을 수㎞씩 헤엄쳐 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서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이 남성의 잠수복이 물이 스며들지 않는 일체형으로 된 잠수복을 입고 (헤엄쳐) 온 것으로 보인다”며 “수영으로 온 게 확실하다”고 답했다.
‘귀순 추정’ 북한 남성은 우리 당국의 조사과정에서 “대략 6시간 정도 수영한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등 군 당국이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않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이 남성이 우리 군 감시장비에 최초 포착된 시점이다.
합참은 이번 사건 발생 뒤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와 함께 현장의 해안경계태세 등을 점검한 결과, 북한 남성이 우리 측 해안에 상륙한 뒤 “군 감시장비에 몇 차례 포착됐다”고 밝혔지만 언제 어떤 장비에 포착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우리 군 감시체계의 세부사항이 외부에 노출되는 걸 막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으나, “공개할 경우 경계실패에 대한 더 큰 여론의 비난이 우려되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군 당국은 또 현장 조사과정에서 북한 남성의 상륙 지점 인근 해안철책 아래 배수로 차단막이 훼손돼 있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차단막 훼손 시점이 이번 사건 이전일 경우엔 과거에도 유사한 월남 사례가 우리 군이 모르는 새 발생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검문소 CCTV 식별 후 ‘진돗개 하나’ 발령까지 2시간 넘게 걸린 이유는?
그러나 이 남성이 현장에 출동한 우리 군 수색병력에 붙잡힌 시점은 그로부터 3시간이 지난 오전 7시20분이다. 게다가 이 지역 관할 군부대는 북한 남성이 검문소 CCTV에 출현한 지 2시간15분이 지난 6시35분에야 대침투경계령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병력들을 현장에 투입했다.
병력 투입 후 1시간도 안 돼 북한 남성을 신병을 확보하긴 했지만, 관할 부대가 CCTV 식별 후 2시간이 넘도록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건 “경계·감시태세뿐만 아니라 현장 보고·지휘체계도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합참은 17일 국회 국방위 보고 전까지 ‘진돗개 하나’ 발령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서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이 기회에 (해당 지역 관할부대인) 육군 제22사단을 정밀진단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22사단 관할 구역에선 2012년엔 북한군 병사의 일반전초(GOP) ‘노크 귀순’ 사건이, 그리고 작년 11월엔 탈북민의 ‘월책 귀순’ 사건이 발생, 강원도 동부전선 내 대북 경계·감시망의 ‘구멍’이 돼버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