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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무덤’된 22사단, 이유 있었다…철책만 100㎞ ‘구조적 문제’

입력 | 2021-02-18 11:43:00

서욱 국방부 장관이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2021.2.17/뉴스1 © News1


북한 남성의 ‘오리발 월남’ 사건으로 우리나라 동북단 최전방을 관할하는 육군 22사단의 구조적 문제가 또다시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사단 관할지역에서 ‘노크 귀순’(2012년)과 ‘월책 귀순’(2020년) 등 사건이 잇달아 발생한 배경엔 부실한 경계감시 문제도 있지만, 부대편성과 자연환경 등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18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8군단 예하부대인 22사단은 강원도 고성군 전방 철책과 일대 동해안 해안경계를 담당하고 있다. 사단본부도 고성에 있다.

22사단은 전군에서 유일하게 일반전초(GOP)·감시초소(GP) 등 전방경계와 해안경계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관할하는 철책만 GOP 선상에 30㎞, 해안에 70㎞ 등 총 100㎞에 달한다. 직선거리로 서울에서 천안까지 정도다.

특히 군사분계선(MDL)과 맞닿은 철책은 험준한 산에 걸쳐 있는 환경적 제약도 있다. 이 때문에 열상감시장비(TOD) 등 감시장비 운용이나 작전병력 투입에 애로사항이 많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러한 이유로 병력은 한정적인데 경계책임이 다른 부대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이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제기돼왔다.

군 관계자는 “22사단이 ‘별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며 “비단 이 부대만의 문제는 아니라서 전방부대 대대장 이상 현장지휘관 보직을 맡길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올해 육군 23사단이 해체되면 22사단의 책임 지역이 더 늘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23사단은 동해 해안경계·방어를 전담하고 있다.

전날(17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선 22사단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여야 의원들이 지적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다른 사단에 비해 책임 반경이 4배나 더 많다”며 “인원이나 장비 여건이 똑같은데, (경계) 구멍이 뚫린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나”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저도 22사단에서 복무를 했다”며 “당시 내가 경계하는 경계선이 뚫리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허벅지를 꼬집으며 근무 섰던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22사단에 대해 근본적 해결방법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에 “22사단이 철책과 해안을 동시에 경계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그 안에 여러 자연환경 등 작전요소도 어렵고, 부대편성이 다른 부대보다 부족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22사단에 대한 정밀진단을 이번 기회에 해보겠다”며 “상급부대 차원에서 지원할 요소를 찾아 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남북 9·19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를 철수하면서 군의 경계감시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 월남한 북한 남성은 GP나 GOP가 아닌, 바다를 헤엄쳐 온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전방경계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군의 입장이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남북 군사당국은 9·19 군사합의를 통해 DMZ 내 이범적 조치로 상호 이격거리 1㎞ 이내 각각 11개 GP를 철수한 바 있다”며 “모두 DMZ 내 지역으로 해안 귀순과는 무관한 지역”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