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씨가 부산지방법원에 재심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방위에 따른 무죄를 인정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2020.5.6 ⓒ News1
부산지법 형사5부(권기철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6일 최 씨가 법원에 제기한 재심 청구를 기각한다고 18일 밝혔다.
최 씨는 1964년 5월 6일, 당시 18세이던 자신을 성폭행 하려던 A 씨에게 저항하다 그의 혀를 깨물어 1.5㎝ 가량 자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최 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 했다.
수십 년이 흘러 2018년 사회적으로 ‘미투’운동이 대두되자 최 씨는 한국여성의전화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해 5월 6일에는 부산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최 씨는 A 씨가 수술을 받고 어눌하지만 말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고 “재판부의 판결이 잘못됐다”며 항의했다.
그러나 최 씨는 재심에서 한을 풀지 못했다.
재판부는 “재심대상판결의 범죄사실인 중상해의 경우 발음의 현저한 곤란인데 전문가인 의사가 만든 상해진단서 등 객관적인 증거들을 바탕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씨 측 주장처럼 A 씨가 말을 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만, 언어능력에는 실제로 상당한 장애가 발생했다”며 “중상해죄 구성요건인 불구의 개념이 반드시 신체 조직의 고유한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것만을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성차별 인식과 가치관 변화 등에 비추어 볼 때 반세기 전 사건을 지금의 잣대로 판단해 직무상 범죄를 구성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도 기각 이유로 꼽았다.
다만 재판부는 기각 결정을 하면서도 안타까운 심정을 표했다.
최 씨 측 변호인단은 “즉시 항고를 제기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