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2.18/뉴스1 © News1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인사를 두고 충돌했다. 인사에 관해서는 말을 아껴오던 청와대도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신 수석의 사퇴설이 불거진지 불과 하루만인 지난 17일 “인사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고, 그에 따른 사의표명이 있었다는 것만 팩트”라고 했다.
앞서 지난 7일 발표된 고위 간부급 인사안을 놓고 검찰개혁 기조를 이어가려는 박 장관과 검찰측 입장을 반영하려던 신 수석이 의견충돌을 빚었고, 조율이 안 된 채 박 장관이 법무부측 인사안을 밀어붙여 대통령 보고 및 재가를 받았다.
◇박범계-신현수 갈등…문 대통령은 알고 있었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장관과 신 수석이 이번 인사를 조율하지 못했다는 것을 문 대통령이 알고 있었느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이견을 드러낸 신 수석을 배제하고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직보)해 재가를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이 인사안을 신 수석과의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재가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 과정에 대해 “박 장관이 자기주장을 관철하는 절차가 의지대로 진행됐고, (인사 발표 전) 대통령의 재가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자신을 ‘패싱’한 채 고위 간부 인사가 발표되자 자존심이 상한 신 수석이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신 수석은 검찰 인사가 난 7일 이후 최근까지 2차례에 걸쳐 문 대통령에게 최소 2차례 이상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신 수석이 사의를 표할 때마다 만류했다고 한다. 만일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의 의견이 배제된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인사 이후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한 그를 한사코 만류하고 있는 점은 부자연스러운 대목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도 신 수석의 사의표명을 계기로 검찰 인사안이 조율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박 장관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며 신 수석과의 협력을 당부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검찰개혁 강경론 회귀? 신 수석 무력감 느꼈을 수도
반면, 문 대통령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과 충돌을 1년 넘게 지켜봐온 점을 들어 신 수석과의 조율 여부를 모르고 재가했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검찰측 의견을 반영하려는 신 수석이 박 장관의 법무부안에 이견을 갖고 있는 상황을 문 대통령이 인지하고 재가한 것이라면 신 수석을 통해 조율되던 검찰측 의견을 문 대통령이 직접 배제한 셈이 된다.
이 경우 다시 추 전 장관 시절의 검찰개혁 강경론으로 되돌아가면서 신 수석이 무력감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 배경에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를 접한 문 대통령의 ‘격노’가 자리잡고 있다는 추측도 이런 맥락과 연결된다. 다만, 청와대는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신 수석은 문재인 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으로 발탁 당시만 해도 추 전 장관과 윤 총장 간 장기간 충돌을 봉합하고, 검찰과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됐다.
실제 문 대통령은 신 수석 발탁 직후인 지난달 18일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윤 총장을 감싸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신 수석이 그간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 온 검찰과의 가교 역할을 하는 데 한계를 느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신 수석이 사의를 쉽게 거둬들이지 않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일단 신 수석은 18일부터 이틀간 연차 휴가를 내고 주말까지 나흘간 쉬면서 거취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신 수석이 숙고의 시간을 가진 뒤 월요일에 출근할 예정이다. 아마 그때는 (거취에 대한 본인의) 말이 있지 않을까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숙고해 본래 모습으로 복귀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