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하원에서 아시안계를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에 반대한다는 결의문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최근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 범죄 행위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이날 캘리포니아주 하원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쿵 플루’라고 부르는 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등으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반(反)아시아계 혐오 등이 더욱 거세졌다. 최근 잇단 범죄로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신변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언행이나 범죄를 규탄하며 강력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은 한국계 스티븐 최(최석호) 의원과 에반 로 의원이 공동 발의한 것으로 주하원의원 67명이 만장일치로 찬성하며 통과됐다. 캘리포니아주는 한국계 미국인을 포함한 한인 인구가 54만 여 명으로 미국 거주 한인(약 185만 9500여 명)의 절반이 캘리포니아에 산다. 최 의원은 “나 역시 한국계 이민자로서 인종만으로 당하는 차별이 어떤 것인지 안다. 미국의 위대함은 서로 다른 인종이 모여살며 이뤄온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16일 CNN방송은 “지난달 사망한 태국계 남성의 가족들이 ‘이 공격은 노인뿐 아니라 아시아계에 대한 편견과 혐오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는 시민단체의 집계 결과 팬데믹이 선언된 3월 19일 이후 미국 전역에서 2800건 이상의 아시아계 혐오 사건이 일어났다.
아시아계 노인을 상대로 한 살인 및 폭행사건이 연달아 발생하자 샌프란시스코 앨러미다 카운티 검찰은 이달 특별 대응팀을 만든다고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취임 직후 “코로나19가 유색인종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혔고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혐오를 키웠다”고 지적하며 “미국 내 깊은 인종 불평등과 구조적 인종주의에 맞설 때가 됐다”고 인종 평등 관련 행정명령 4건에 서명한 바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