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세대교체, 디지털 총수 시대]<12>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1월 유튜브를 통해 신년사를 발표했다. 정 부회장은 임직원은 물론이고 소비자, 대중과 가장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대기업 총수로 꼽힌다.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54만1000여 명이다. 이 공간에서 정 부회장은 자신의 친근한 모습을 어필한다. 먹고 운동하고 아이를 키우는 신변잡기와 함께 신세계그룹 계열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한다. 팔로어들과 댓글로 직접 대화하는 것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올 1월 정 부회장이 출연한 이마트 유튜브 채널의 ‘배추밭 동영상’ 두 건의 조회수는 200만 건이 넘었다. 정 부회장은 이 영상에서 전남 해남에 내려가 배추를 수확하고 배추전을 부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12월에는 스타벅스 공식 유튜브 채널 ‘스벅TV’에 출연해 본인의 ‘스벅 닉네임’을 인증하고 좋아하는 메뉴를 소개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소비자, 대중과의 소통을 자신의 중요한 역할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 “SNS는 신세계와 고객의 소통 창구”
“댓글 중 상당수는 고객들의 불만이었다. 그중에는 신세계에 뼈가 되고 살이 될 주옥같은 지적도 많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신세계가 고객과 만나는 또 다른 소통 창구다.”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정 부회장의 SNS 활동이 매출로 이어지기도 했다. 배추밭 동영상이 공개된 후 2주간 이마트 배추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20% 늘었다. 본인이 “직접 요리했다”면서 올린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삼선짬뽕’은 출시 후 한 달 만에 2만 개가 넘게 팔리기도 했다. 때로 어려운 농가의 판로를 열어주는 역할도 한다. 지난해 정 부회장의 홍보에 힘입어 못난이 감자 30t, 왕고구마 450t이 이마트에서 완판됐다.
○ 부진한 사업 접고 돈 되는 사업에 집중
정 부회장이 주도한 과감한 리뉴얼이 주효했다고 신세계그룹 측은 설명한다. 지난해 5월 리뉴얼 후 오픈한 이마트 월계점은 수산·축산 매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두께와 모양으로 상품을 손질해주는 ‘오더메이드’ 서비스 등 그동안 대형마트에 없었던 서비스와 매장을 선보였다. 월계점을 포함해 리뉴얼 9개 점포의 평균 매출은 30% 넘게 증가했다.
삐에로쇼핑, 부츠 등 일부 부진한 전문점 사업은 과감히 접고 노브랜드, 일렉트로마트 등 수익 창출에 성공한 사업은 과감히 키웠다. 노브랜드는 지난해 상반기(1∼6월) 흑자 전환 이후 분기별로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다.
○ 온·오프라인 융합 ‘뉴 커머스’ 본격화
신세계그룹은 2018년 출범한 SSG닷컴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거래액은 4조 원을 넘어섰다. 정 부회장의 구상은 단순히 온라인 판매를 늘리는 것에서 나아가 온·오프라인 유통이 통합된 ‘뉴 커머스’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국 이마트 매장의 ‘PP(Picking & Packing)센터다. SSG닷컴에서 주문한 상품을 인근 매장에서 배송하기 위한 설비다. SSG닷컴은 주문량 40%를 전국 110여 개 이마트 PP센터에서 처리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물류센터 부지 확보가 핵심인 이커머스 경쟁 구도에서 이마트만의 확실한 장점”이라고 평가한다.
이커머스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점포의 미래를 위한 ‘리테일테크(소매산업+기술)’ 투자도 정 부회장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2019년 9월 경기 김포의 데이터센터에 연 ‘자동결제 셀프 매장’은 한국형 ‘아마존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9월에 선보인 ‘스마트선반’(자동결제 기능 장착)은 기존 매장에도 즉시 적용이 가능한 미래형 매장 시스템이다. 최근에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하며 ‘리테일 엔터테인먼트’로의 확장도 공식화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