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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빈살만 패싱… 네타냐후와도 거리두기

입력 | 2021-02-19 03:00:00

트럼프 시절 중동 양대 맹방이었던 사우디-이스라엘과 관계 재설정
취임 29일만에 네타냐후와 통화… 對중동정책 대대적 수술 예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동의 양대 미국 맹방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친밀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에 대한 거리 두기에 나섰다. 국무부 등 정식 외교통로가 아닌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이 주도한 ‘톱다운’ 외교에 치중했던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길을 걸을 뜻을 분명히 했다.

CNN 등에 따르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때부터) 사우디와의 관계 재조정에 들어갈 것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카운터파트는 사우디 국왕”이라고 말했다. 2015년 80세 고령으로 취임한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86)은 2017년 6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36)를 왕위 계승자로 지정해 전권을 물려줬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벌어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배후로 꼽힌다. 당시 미 정보당국은 배후가 무함마드 왕세자란 결론을 내렸지만 관련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의 친분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 무함마드 왕세자를 워싱턴 백악관으로 초청해 사우디의 미국산 무기 구입을 높이 평가했다. 사우디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간 130억 달러(약 14조 원)의 미국산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 트럼프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 또한 무함마드 왕세자의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사우디 인권 문제를 비판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 계약 이행을 일시 보류했다. 지난달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 역시 인준 청문회에서 “카슈끄지 살해 정보를 기밀문서에서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절친으로 꼽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취임 29일 만인 17일 통화를 한 것 역시 대대적인 중동정책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이틀 만에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했다. CNN은 “이스라엘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누렸던 특권적 지위가 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15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가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격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한 사건은 이 같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아파 민병대의 배후인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이라는 ‘명분’과 이란 견제라는 ‘실리’ 사이에서 상당 기간 고민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