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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올림픽조직위장, ‘여성 비하 男’ 물러나니 이번엔 ‘강제 키스 女’

입력 | 2021-02-19 03:00:00

새 조직위원장 선임된 하시모토… 7년전 남자선수 성추행 전력
‘키스사건’ 처음 보도했던 日시사지… “전직 여성의원도 당해” 추가 폭로
하시모토 “깊이 반성” 고개 숙여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57·사진) 일본 올림픽담당상이 여성 비하 발언으로 사퇴한 모리 요시로(森喜朗·84)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의 후임으로 선출됐다. 하시모토 신임 위원장 또한 성추행 전력이 있어 양성평등을 중시하는 올림픽 정신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언론뿐 아니라 영국 BBC, 프랑스 AFP통신 등 해외 언론도 하시모토의 성추행 전력을 보도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조직위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하시모토 담당상을 새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하시모토는 선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과거 사건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위원장을 맡아 남녀평등 문제 등을 착실히 해결해 나가는 게 국민 이해를 얻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하시모토가 속한 집권 자민당 또한 “그가 여성으로는 처음 일본올림픽위원회(JOC)에서 강화본부장을 지내는 등 스포츠계에서 요직을 담당했을 뿐 아니라 정계와의 조정에도 나설 수 있다”고 두둔하며 대안이 없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하시모토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폐막식 후 열린 뒤풀이 행사에서 술에 취한 채 남성 피겨스케이트 선수 다카하시 다이스케(高橋大輔·35)에게 무리하게 키스했다. 다카하시는 “성추행으로 느끼지 않았다”고 했지만 당시 일본스케이트연맹 회장이었던 하시모토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사실상 성추행을 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하시모토의 기습 키스를 처음 보도한 시사주간지 슈칸분슌은 17일 최신호에서도 ‘하시모토는 성추행 상습범’이란 기사를 실었다. 성추행 피해자가 다카하시 외에도 여럿 있으며 또 다른 피해자 중 한 명인 전직 여성 의원이 “하시모토는 술에 취하면 주변 사람에게 입을 맞추는 버릇이 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당시 하시모토가 다카하시에게 키스하는 사진이 올라오고, 조직위원장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유명 인권변호사인 기토 마사키(紀藤正樹)는 트위터에 성차별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모리의 후임에 성희롱 전력이 있는 하시모토가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민영방송 TBS는 18일 “외국은 일본보다 성추행에 더 엄격하다”며 해외의 비판적 반응을 우려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이 즐겨 보는 올림픽 전용 웹사이트 ‘인사이드 더 게임스’에는 이미 강제 키스 사건이 보도됐다.

조직위원회가 하시모토 체제로 바뀌어도 ‘모리의 영향력’이 여전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유명 스케이트 선수였던 하시모토를 1995년 정계로 발탁한 이가 바로 모리 전 위원장이다. 하시모토는 모리 전 위원장을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부른다.

하시모토는 일본이 개최한 첫 올림픽인 1964년 도쿄 여름올림픽 개막 직전에 태어났다. 부모는 올림픽 성화(聖火)에 착안해 딸의 이름을 세이코, 즉 ‘성자(聖子)’로 지었다. 1992년 알베르빌 겨울올림픽 때 스피드스케이팅 일본 대표로 여자 1500m에 출전해 동메달을 땄고 일본 최초의 겨울올림픽 여성 메달리스트로 국민적 인기를 누렸다.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1995년 참의원 의원에 뽑혔고 현재 5선 의원이다. 하시모토는 올림픽조직위원장 선출로 2019년 9월부터 맡아온 올림픽담당상 자리에서 18일 물러났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