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재판부 배치 확정
“대법원장의 인사와 법원장의 사무분담으로 사실상의 ‘특별재판부’가 만들어진 것 같다.”
서울중앙지법이 법관 인사에 대한 후속 조치로 ‘사무분담(법관의 재판부 배치)’ 결과를 18일 공개하자 판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대법원이 인사 조치로 법관의 소속 법원을 결정하고 법원장이 재판부를 결정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등을 특정 판사에게 계속 맡기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사건 무작위 배당 원칙’과 달리 특정 판사에게 특정 사건을 맡기는 특별재판부에 대해 대법원이 과거 위헌적이라고 밝힌 적이 있어 법관 인사 파장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재판부 유지 위한 법관 유임 인사” 반발
서울중앙지법 사무분담 결과에 따르면 김미리 부장판사는 3년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및 자녀입시비리 사건 재판부에 남게 됐다. 김 부장판사는 2018년 2월 서울중앙지법에 부임해 2019년부터 형사합의21부 재판장을 맡았다. ‘한 법원 3년, 한 재판부 2년’ 근무 원칙이 모두 깨졌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1월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조 전 장관 사건을 배당받았다. 지난해 9월엔 조 전 장관 관련 재판에서 검찰을 향해 “검찰개혁을 시도한 피고인(조국)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고 말해 편향성 논란이 불거졌다. 선거개입 의혹 사건은 지난해 1월 재판에 넘겨졌지만 아직까지 1차 공판조차 열리지 않았다. 다만 해당 재판부는 기존에는 부장판사 1명과 배석판사 2명으로 구성됐지만 이번 사무분담으로 부장판사 3명이 근무하는 ‘대등재판부’로 바뀌었다. 김 부장판사가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조 전 장관의 재판장을 계속 맡게 될지는 이르면 22일 결정된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부의 판사 3명은 4년째 같은 재판부에 남게 됐다. 형사합의32·36부의 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와 김용신 송인석 배석 판사는 2018년부터 4년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을 담당한다. 윤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으로부터 불공정한 재판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법관 기피 신청이 접수돼 재판이 8개월간 중단됐다. 윤 부장판사와 배석 판사들은 4∼6년씩 서울중앙지법에 남게 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모두 전출 조치됐는데, 해당 재판부는 부장판사 3명으로 구성된 대등재판부로 변경돼 이종민 임정택 민소영 부장판사가 맡게 됐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같은 재판부에 남기기 위해 대법원이 김 부장판사 등을 남긴 것 아니냐. 다들 ‘설마’했던 결과가 나오니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 “사실상의 위헌적인 특별재판부” 비판
법원 배치는 대법원이, 재판부 배치는 각급 법원장이 한다. 지금까지는 인사 관례에 따라 정기적으로 법원과 재판부가 변경되고, 사건도 무작위로 전산 배당해 특정 판사에게 특정 사건을 맡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사무분담은 성지용 서울중앙지법원장 등이 결정하는데 성 법원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법원 내부에선 사실상의 ‘특별재판부’가 만들어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재판을 대법원장이 판사 3명을 직접 임명하는 방식으로 하자며 특별재판부법을 발의했다. 당시 대법원은 위헌적 소지가 있다며 반대했다. 한 고위법관은 “대법원장이 특정 사건을 맡은 판사를 이례적으로 같은 법원에 잔류시키고, 법원장이 해당 판사를 같은 재판부에 남긴다면 특정 사건을 특정 판사에게 계속 맡기는 것도 가능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박상준 speakup@donga.com·신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