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판단 늦어 대응팀 출동 지연 상황실 모니터에 경고창 떴는데도 근무자들 추적감시 제대로 안해 과학화경계시스템 허점 드러내
군이 ‘오리발 귀순’을 한 북한 남성 A 씨를 포착한 뒤 초기 판단을 늦게 해 신속대응팀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 반이 넘게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그 전에 이미 A 씨는 폐쇄회로(CC)TV에 3차례 포착됐지만 감시장비 근무자들은 모니터 경고창을 보고도 추적 감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과학화경계시스템 도입 이후 드러나지 않았던 수많은 경계 태세 허점들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군이 16일 A 씨의 남하를 처음 인지한 건 오전 4시 20분경이지만, 22사단 신속대응팀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검문소 인근에 도착한 시점은 이로부터 최소 1시간 반가량이 지난 뒤였다. 검문소 CCTV에 포착된 A 씨가 외부에서 침투한 사람이 맞는지에 대한 판단이 지연됐기 때문. 당시 A 씨는 해안도로를 따라 걷고 있었는데, 이 도로는 부대원들이 운동 경로로 자주 택했던 곳이다. 최초 신속대응팀이 출동이 늦어 이후 특공대대가 투입된 시점도 오전 7시 전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A 씨가 남하할 당시 인근 해안초소 4곳에는 모두 경계 병력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병력 감소와 과학화경계시스템 도입 등으로 해안초소 경계 근무를 사단별로 주간에만 서는 등 유동적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경계 병력이 초소 근무를 섰다면 A 씨가 잠수복과 오리발을 벗거나 배수로로 이동할 때 육안으로 이를 포착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경계 태세가 이완돼 있는 상황에서 과학화경계시스템을 맹신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도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해안 감시와 경계 작전에 분명한 과오가 있었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