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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수 가족 “사직한단 얘기 미리 들어”… 결국 文대통령 떠나나

입력 | 2021-02-19 03:00:00

[신현수 靑민정수석 사의 파장]申수석, 사의 뜻 안굽힌채 휴가





휴가 내고 사퇴 수순 밟는 신현수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의견이 배제되자 사의를 표명한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18일 출근해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면담 후 곧바로 휴가를 떠났다. 유 실장이 직접 신 수석 사무실을 찾아 설득에 나섰지만 신 수석이 완강한 태도를 보이자 양측이 일종의 냉각기를 선택한 것이다. 신 수석과 갈등을 빚었던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이날 “더 소통하겠다”고 자세를 낮추며 갈등 봉합 시도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신 수석이 오늘 아침 출근해 18, 19일 이틀 동안 휴가원을 냈고, 휴가원은 처리됐다”며 “숙고의 시간을 가진 뒤 22일 출근할 예정으로, 그때 거취에 대한 말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래의 모습으로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에 따르면 신 수석이 이날 오전 출근하자 유 실장과 몇몇 비서관이 여민2관의 신 수석 사무실을 찾았다. 유 실장은 신 수석의 사의가 문재인 정부에 미칠 후폭풍 등을 염두에 두고 사태 수습을 설득했지만 신 수석은 사의를 접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에 이어 청와대 2인자인 유 실장까지 만류에 실패하자 일각에선 신 수석이 사실상 사퇴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수석의 거취 문제는 다음 주 초에나 최종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부에선 신 수석의 만류에도 검찰 인사를 발표한 박 장관이 직접 신 수석 사의 철회의 명분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참으로 제 마음이 아프다. 보다 더 소통을 하겠다. 민정수석으로 계속 계셔서 문재인 대통령의 좋은 보좌를 우리가 함께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신 수석 휴가 기간 중 만날 의사가 있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신 수석이 업무에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문 대통령이 몇 차례 사의를 반려했는데도 사의를 철회하지 않은 만큼 본인이 고집을 꺾지 않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신 수석의 가족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사직한다는 얘기를 사전에 했다”고 전했다. 반면 여권 관계자는 “휴가를 보내 더 생각해 보라고 시간을 준 것은 ‘이래도 나가겠느냐’는 거듭된 압박으로 봐야 한다”며 “문 대통령과 신 수석의 오랜 관계상 사의 철회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고도예 기자

청와대 2인자인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18일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만나 나흘간의 ‘숙고의 시간’을 주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까지 공개 발언에 나선 건 어떻게든 신 수석을 붙잡아 이번 사태를 수습해 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신 수석은 이미 청와대를 떠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 수석에게 민정수석직을 제안하면서 “의견을 존중하고 자율성을 주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한 것이 깨지자 좌절감을 느낀 신 수석이 가족에게까지 사직 결심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 사의 표명 전 가족에게 알린 申

신 수석과 가까운 법조계 인사들에 따르면 신 수석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이유는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을 ‘삼고초려’하면서 했던 약속을 사실상 어기게 된 것 때문이라고 한다. 신 수석을 30년 넘게 알고 지낸 한 법조인은 “문 대통령이 공직을 맡지 않겠다는 신 수석을 설득하면서 ‘의견을 존중하겠다’ ‘곤란하게, 불편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법조인도 “대통령에게 (청와대와 검찰 간) ‘코디네이터(조정자)’로서의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들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인 신 수석은 1월부터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며 지난해 하반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관계를 겪으면서 만신창이가 된 검찰 내부를 추스르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 따르는 후배가 많고 신망이 두터운 신 수석은 검찰 인사에서도 검찰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해 왔다. 신 수석은 또 검찰 개혁 관련 입법을 몰아붙였던 여당 의원들을 만나서도 “검찰을 완전히 망가뜨리면 안 된다”며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의 파문과 관련해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자신이 한 말이 대부분 부정당하고, 민정수석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검사장 인사 과정에서의 코디네이터 역할이 사라졌기 때문에 계속 공직을 맡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신 수석의 가족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사의 표명 전) 사직한다는 얘기를 사전에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한 법조인도 “아무리 대통령과 인간적 신뢰 관계가 있더라도 사의 과정이 구체적으로 공개됐는데, 청와대에 더 근무할 수 있겠느냐. 대통령이 마음을 정할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휴가를 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검찰 내부에선 “파국으로 가는 것 같다” “신 수석이 다시 근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靑 “申, 본래 모습으로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

그러나 청와대의 관측은 다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신 수석의 휴가 사실을 알리면서 “(휴가 복귀 후 신 수석이) 그때는 뭐라고 말씀이 있지 않을까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숙고하고 본래 모습으로 복귀하셨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본인이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면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 안 나왔을 것”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만류하는데도 무조건 사표를 내겠다고는 못 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신 수석이 사퇴할 경우 임기 5년 차를 맞은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갈등이 봉합돼야 한다는 희망사항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청와대 참모들은 신 수석과 가까운 비서관들에게 휴가 중인 신 수석을 찾아가라고 제안하는 등 신 수석의 사의 철회를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 내에서는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결국 문 대통령과 신 수석의 기 싸움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 실장은 물론이고 비서관들까지 사의를 접게 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 것도 불길이 대통령에게까지 번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신 수석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게 되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며 “2017년 집권 이후 청와대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사의 투쟁’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고도예·박효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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