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호주 남부에서 귀국할 때까지 1주일이 소요됐다. 너무나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기울어진 가세를 일으키기 위해 선택한 국비 해양대의 길이었다.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살았다. 가세는 점차 회복되고 있었다. 손해배상 문제, 주위 사람들을 어찌 볼 것인지, 32세 선장에게는 모든 것이 막막했다. 300척 선단에서 최고의 1등 항해사로 평가받았던 선장이기에 주위의 안타까움도 컸다. 해도에 나타나지 않은 산호초 위로 배가 항해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였다. 2등 항해사가 해도 개정을 누락해 생긴 일이지만 지휘 책임은 선장에게 있다. 실의에 찬 나날을 보내는 선장에게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민사 소송이 제기되었다는 것이다. 선원들의 잘못이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음을 입증하는 것이 선장이 해야 할 일이었다. 선장으로서의 마지막 임무를 호주의 법정에서 수행했다.
선장은 귀국길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김포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 짧은 활주로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하여 기장은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속력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의 날개를 위로 올려서 바람을 덜 받게 했고 브레이크도 최대한 밟았다. 그렇다. 앞으로 남은 인생은 이런 기장과 같은 자세로 살아가자고 결심했다. 법학을 공부해 불행한 사고를 당한 선원을 도와주고 싶었다. 1년 동안 준비를 거친 다음 석사 과정에 입학했고 그 이후 해상법에 천착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