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개인용 컴퓨터(PC)인 맥 시리즈에 자체 개발한 ‘애플 실리콘’(M1)을 탑재해 보안성을 아이폰 수준으로 높였다고 18일(현지 시간) 밝혔다. 지난해 인텔과의 PC 칩 위탁생산 15년 동맹을 끝낸 배경에 애플 핵심 정책인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한 장치 개발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이날 공개한 A4용지 196쪽 분량의 ‘애플 플랫폼 보안 가이드’를 통해 노트북 및 데스크톱 등 맥 시리즈에도 생체정보를 이용한 ‘터치 ID’, 보안 부팅, 암호화된 저장 장치와 같은 강력한 보안성을 구현할 수 있는 M1 칩의 세부 기능을 설명했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에만 자체 개발한 칩을 사용했고 맥북과 아이맥 등에는 2015년부터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6월 애플 연례개발자회의(WWDC)에서 앞으로 PC에도 자체 칩을 사용하겠다며 인텔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당시엔 애플이 아이폰에서 갈고닦은 모바일프로세서(AP) 기술력 향상과 PC와의 프로그램 호환성 등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업계에서는 이용자 스스로 잠금해제를 하지 않을 경우 전문적인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저장매체 복구 및 분석)으로도 데이터 추출에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이 걸렸던 아이폰 수준의 보안 무결성이 PC에서도 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애플은 2016년 미국 FBI로부터 총격 테러 용의자의 아이폰 잠금해제 요청을 거절하는 등 ‘프라이버시 최우선주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한국 등 주요국 안보·수사기관은 아이폰 보안을 뚫기 위해 이스라엘 보안업체의 수억 원 가량의 이용료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애플은 최근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에서도 이용자 동의 없이 검색이력이나 웹 활동 데이터 등을 추적할 수 없도록 하는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을 업계 최초로 시행하는 등 프라이버시 비즈니스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