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현준 아버지 "아들 36세까지는 군대 간다" 36세 입국하면 수사·재판 등으로 면제 가능 이미 불법체류자 신세…유럽 활약 지속 의문
병역 기피자가 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공격수 출신 석현준(30·트루아)이 36세까지는 귀국해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자신의 아버지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병역을 기피하려는 또 다른 꼼수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석현준의 아버지 석종오씨는 지난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직 트루아와 계약이 2년 남아있다. 이 계약이 끝나면 되도록 현준이가 국내로 돌아오도록 할 것”이라며 “서른여섯 살까지는 군대에 갈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현준이가 늦어도 서른여섯까지는 반드시 국내에 들어와서 군대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믿어 달라. 우리는 유승준처럼 될 마음이 전혀 없다. 어제(15일) 현준이와 통화 했다. 한국 들어가서 병역 이행하고 떳떳하게 살겠다고 했다”며 아들 석현준도 같은 생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귀국 시점을 36세로 정한 것이 주목된다. 현행 병역법 71조에 따르면 병역 기피자라 하더라도 나이가 들면 어느 정도 병역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석현준처럼 병무청에 의해 병역 기피자로 규정된 사람이라도 36세가 되면 현역이 아닌 사회복무요원으로 편입된다. 또 38세가 되면 병역 의무가 아예 면제된다.
현역 판정을 받은 석현준이 아버지의 말대로 36세에 귀국하면 현행법상 현역 입영을 피하고 집에서 거주하며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은 석현준이 귀국하더라도 곧바로 병역 의무를 이행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석현준은 현재 병무청에 의해 병역 기피 혐의로 고발된 상태라 귀국 직후부터 수사기관의 수사와 공소제기를 거쳐 형사 재판을 받아야 한다.
석현준이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항소와 상고를 거쳐 대법원 3심 판결까지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형사 절차를 고려할 때 석현준은 38세를 넘겨 최종적으로 병역을 면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석현준의 아버지가 이번 인터뷰에서 “병무청과 소송을 한 건 현준이의 병역 이행시기를 늦추기 위해서지 결코 회피하려고 한 게 아니다”라고 발언한 점도 주목된다. 사실상 석현준의 병역 이행 시기를 늦추려 했음을 시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조항은 병역법 시행령 149조다. 149조 1항은 ‘국외에 거주하고 있는 병역의무자가 25세가 되기 전에 본인이나 그 부모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37세까지를 허가기간으로 하는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149조1항 1호에는 ‘본인이나 그 부모가 국외에서 영주권(조건부 영주권은 제외한다)을 얻거나 영주권제도가 없는 국가에서 무기한 체류자격 또는 5년 이상 장기 체류자격을 얻어 국외에 계속 거주하고 있는 경우’라는 내용이 있다.
이 조항들을 종합하면 석현준은 아버지가 헝가리 영주권자라는 점을 활용해 37세까지 국외여행허가를 받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37세까지 유럽에서 머물면서 선수 생활을 하고 이후 1년만 버티면 아예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석현준의 아버지가 이번 인터뷰에서 최근 나온 행정소송 판결에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눈길을 끈다.
석현준이 최종적으로 항소를 하지 않게 되면 법원 판결이 확정된다. 판결이 확정되면 석현준으로서는 현재 취소 상태인 여권을 되살릴 방법이 없어진다. 병무청의 국외여행허가 기간이 끝난 뒤부터 이미 석현준은 불법체류자 신분이 돼 여권이 취소된 상태다. 불법체류자 신분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석현준이 유럽 무대에서 축구선수로 활약하는 데 지장이 있을 수 있다.
석현준 아버지가 ‘유승준처럼 되기 싫다’고 발언한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유승준은 병역 기피자이자 외국인으로 판정돼 우리 정부로부터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유승준은 병역 의무에서 면제되는 대신 한국 국적을 잃는 대가를 치른 셈이다. 반면 석현준은 36세를 전후해 귀국하는 방식으로 병역 면제와 그에 가까운 처분을 받은 뒤 한국 국적도 유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석현준의 행보가 병역 기피를 노리는 한국 남성들에게 유승준 사례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