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텍사스주가 한파로 정전 등에 시달리는 가운데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이 공항에서 멕시코 칸쿤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트위터 게시물 캡처). © 뉴스1
미국 텍사스주가 기록적 한파와 정전으로 최악의 상황을 겪는 가운데, 지역구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공화당)가 따뜻한 날씨로 유명한 휴양지 멕시코 칸쿤으로 몰래 여행을 떠난 사실이 들통 나 논란이 되고 있다.
크루즈 의원 측은 “등교가 취소된 딸들을 위해 여행을 갔다”고 해명했지만 그가 떠나기 전 지인들에게 “집이 너무 춥다”며 추위를 피해 텍사스주를 떠나려는 뉘앙스로 말한 사실도 드러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크루즈 의원의 비밀 여행은 트위터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 17일(현지 시간) 밤 크루즈 의원이 가족과 함께 칸쿤행 비행기를 타는 사진이 공유됐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12시간이 지나서야 크루즈 의원 측은 해명에 나섰다.
딸들의 여행을 따라가 준 것일 뿐이라는 해명도 거짓 논란에 휩싸였다. 18일 뉴욕타임스는 크루즈 의원의 부인이 측근들에게 “집이 너무 추워 얼어 죽을 것 같아 칸쿤 리츠 칼튼 리조트로 떠나려고 한다”며 여행에 합류하라고 보낸 문자 메시지를 입수해 보도했다. 칸쿤 리트 칼튼 리조트는 5성급 휴양지로 이곳 4인실은 1박에 최소 410달러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주 오스틴과 휴스턴은 최근 며칠간 대규모 정전 사태는 물론 단수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다.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슈퍼마켓에 몇 시간에 이르는 대기 줄이 생겨났고 최소 2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재난 상황에도 불구하고 크루즈 의원은 칸쿤으로 떠날 때 경찰 의전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원 의원은 통상 해외로 떠날 때 경찰의 의전을 받는다.
대표적 친트럼프 인사인 크루즈 의원의 논란에 대해 민주당은 의원직 사퇴 및 상원 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텍사스 민주당은 성명을 내고 “텍사스 역사상 최악의 위기 한 가운데 크루즈 의원이 칸쿤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비판했다. 트위터에는 ‘크루즈는 사퇴하라(#TedCruzRESIGN)’는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