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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퇴출 가혹하다는 대한체육회에…허지웅 “슬프고 무겁다”

입력 | 2021-02-19 14:19:00

중학생 시절 학교폭력을 인정하고 사과한 이재영(오른쪽)과 이다영.


군대에서 겪은 폭력을 폭로했던 허지웅 작가(42)는 19일 대한체육회가 ‘청소년기에 무심코 저지른 행동으로 평생 체육계 진입을 막는 것은 가혹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슬프고 무겁다”는 소회를 밝혔다.

허 작가는 이날 인스타그램 계정에 글을 올려 “대한체육회가 체육계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에 “청소년기에 무심코 저지른 행동으로 평생 체육계 진입을 막는 것은 가혹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허 작가는 “며칠 전 학교, 군대, 직장, 그리고 결국 가정으로 수렴하는 닫힌 세계들에 관해 말씀드렸다. 이 닫힌 세계들은 일종의 ‘섬’과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허 작가는 이어 “어느 섬의 누군가가 고통을 호소할 때 그 절박함을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며 학폭 피해자 등의 심경을 언급했다.

허 작가는 “섬이 내가 아는 세계의 전부인 이들에게 어떤 고통은 죽음과도 같다”면서 “섬 밖을 상상할 수 있는 여유와 평정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 작가는 학폭 피해를 알고도 묵인하는 관리자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섬을 관리하는 자들은 이미 오래 전에 그런 고통을 겪었거나 목격했다”면서도 “다만 그걸 그리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부조리가 아니라 필요악이고 그걸 삼켜서 극복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거라 믿기 때문”이라며 “극복한 게 아니라 폭력에 순응하고 방관했던 최초의 순간 섬의 일부가 되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허 작가는 학폭 가해자의 처벌과 관련해 “과잉처벌이 능사는 아니다”면서도 “다만 우리 사회에서 그간 과잉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 보호했던 게, 언제나 과소한 처벌조차 받아본 적이 없는 대상뿐이었다는 사실은 슬프고 무겁다”고 했다.

학폭 가해자인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학폭 논란이 수면에 오르기 전까지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등 승승장구해왔다.

허 작가는 “섬들 사이에 다리가 놓이면 더 이상 섬이 아니다. 그런 섬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겨낸 게 아니라 일부가 되었을 뿐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는 어른들의 섬은 다리가 놓이기 전에 먼저 가라앉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