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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의용-서훈 “한일관계 복원 노력에도 日 강경” 美에 전달

입력 | 2021-02-20 03:00:00

블링컨-설리번과 각각 통화… ‘한미일 협력 적극 참여’ 밝혀
美에 한일관계 중재역할 요청… 文대통령 “한미일 협력 중요” 강조
한미일 당국자, 대북정책 협의
바이든 정부 출범이후 처음 열려… 美국무부 “한일과 관계 강화 전념”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뉴시스·청와대사진기자단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최근 각각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한미일 3각 협력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한일관계 복원을 위해 열린 자세로 노력하고 있지만 일본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는 한미일 3각 협력에 동참하기 위해 한일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으나 녹록지 않은 상황임을 미국에 전해 사실상 미국이 한일관계 복원에 중재 역할을 해달라는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19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한일 간 협력이 필요하고 한미일 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에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 당에서도 지원을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 장관은 12일 블링컨 장관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한미일 3각 협력에 열려 있다. 한일관계 복원을 위해 과거사 문제와 양국 간 실질협력을 분리해 접근하고 있지만 일본이 두 사안을 연계시키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서 실장도 지난달 23일 설리번 보좌관과의 통화에서 “과거사와 한일 협력을 분리하자는 ‘투 트랙’ 노력에도 일본이 양보하지 않아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며 정 장관과 비슷한 입장을 전했다.

정 장관과 서 실장은 미국 측에 한일관계 복원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일본이 강제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임을 미국에 전해 미국의 중재가 필요한 상황임을 알린 것. 정 장관은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일관계 복원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는 미국의 중재를 우회적으로 요청하는 정부의 움직임이 이미 시작된 셈이다.

이는 미국의 도움 없이 정부 혼자 강경한 일본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강제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인) 원고들이 동의하지 않기에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에 (문제 해결이) 달린 상황”이라며 “당사자 의견을 배제하고 정부끼리 합의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은 18일(현지 시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북한 문제와 관련한 3자 간 화상 협의를 개최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참석했다.

특히 미 국무부는 이를 공개하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동맹 관계, 특히 동북아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 한국과의 관계 강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과거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바이든 행정부가 진행하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의 대표가 북한과 관련한 공통 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모였다”고 설명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일 3각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 우리 외교부도 “한미일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관한 3자 협력의 유용성을 평가했다”고 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역사문제를 당장 해결하기 쉽지 않으니 북핵 문제부터 논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