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무대 소품, 세트를 보관 중인 창고. 역사극에 쓰이는 다양한 전통용품부터 가면, 문구류를 비롯해 웬만한 생활용품이 다 있다. 이와 별도로 무대의상 창고에도 수많은 의상을 보관 중이다. 국립극단 제공
“이번 앨범 홍보를 위한 세계 투어(콘서트)는 하지 않겠다.”
영국의 세계적 록 밴드 콜드플레이의 리더 크리스 마틴은 2019년 말 새 앨범을 발표하며 이같이 선언했다. 공연하는 곳 어디에서든 수천억 원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들이 이 같은 결정을 한 이유는 다름 아닌 환경 보호.
공연과 환경이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 싶은데 마틴은 꽤나 깊은 고민 끝에 진지한 답변을 내놨다. 이들이 타고 다니는 비행기부터 대형 공연 장비 운반, 공연 중 발생하는 쓰레기, 관객들이 먹고 마시고 이동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 환경 보호에 반한다는 것. 그는 “환경적으로 유익한 방법을 찾기 위해 앞으로 2, 3년 정도 공백 기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이 유명인의 결단에 흡족해한 것은 물론이고 아쉬워하던 팬들도 이내 그의 결정을 지지했다. 다른 해외 아티스트도 이에 공감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친환경 공연’ 실천에 동참해 왔다.
김 감독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연출 작업을 하면서 무대 세트를 막판에 다 들어냈던 경험이 있다. 전부 탄소를 과다 배출하고 돈을 까먹는 일이다. 돌이켜 보면 조금 먼저, 치밀하게 움직였다면 다 막을 수 있었던 일”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연습 과정 중 세트, 소품을 새로 만들고 쓰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이 같은 낭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연계 풍토를 단번에 바꿀 수 없기에 국립극단은 작은 것부터 시도할 방침이다. 우선 소품, 세트, 장비 등을 무상으로 대여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한다. 민간 공연단체도 이를 빌릴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창고에 보관 중인 소품, 의상, 장비를 점검해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 국립극단의 윤리헌장에도 환경 보호 관련 항목을 넣을 계획이다. 김 감독은 “물리적으로 이를 보관할 창고와 여력을 갖춘 국립 기관이 캠페인을 시작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했다.
그간 국내 공연계에서 ‘친환경 공연’을 만들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공쓰재’(공연 쓰레기 재활용 커뮤니티)는 “공연과 환경이 공존하며 지속 가능한 형태로 나가는 방법”을 고민하던 일부 연극인들이 2013년 만들었다. ‘당근마켓’처럼 쓰고 남은 물품을 커뮤니티에서 교환하는 식이다. 지금도 일부 물품이 교환되고 있지만, 활성화되진 않았다.
뮤지컬 ‘위키드’의 친환경 패키지 굿즈. 클립서비스 제공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