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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성취평가제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향후 대입에서 내신 변별력 저하 문제가 떠오를 전망이다. 내신의 영향력이 줄면서 수시에서는 교과정성평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으로 성취평가제가 확대되면서 내신 변별력 저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성취평가제가 대폭 확대되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수업선택권을 확대해 진로·적성에 맞는 수업을 듣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본인이 원하는 수업을 들으려면 성적 부여에 있어서 절대평가가 전제돼야 한다.
교육부도 석차등급제에서 발생하는 과목 선택 왜곡 현상을 막기 위해 성취평가제를 확대한다는 설명이다. 성취평가제는 수업성취도에 따라 등급(A~E)을 부여받는다. 2~3학년 선택과목에는 석차등급도 사라진다.
1학년 공통과목에는 성취평가제 등급과 함께 기존 석차등급도 함께 병기된다. 전체 수강인원의 11%가 A등급을 받더라도 상위 4%는 1등급, 상위 5~11%는 2등급을 받는다.
고교 내신에서 절대평가 요소가 강화되면서 대학으로서는 변별력 약화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선 학교에서 ‘내신 퍼주기’가 일어날 경우 내신 성적으로 우수 학생을 구분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내신성적의 변별력이 지금보다 떨어진다”면서 “현행 방식으로 수시모집을 진행한다면 내신 비중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교과정성평가 방안으로는 서울대가 지난해 ‘2023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예고’에서 밝힌 ‘교과평가’가 꼽힌다. 서울대는 2023학년도 정시모집 일반전형에 교과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수능으로만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상 교과학습발달상황도 보겠다는 것이 서울대의 구상이다. 교과이수현황·교과학업성적·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토대로 우수학생에게 높은 등급을 준다.
임 팀장은 “서울대와 유사하게 교과정성평가라는 개념으로 학생부 서류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 늘어난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성취평가제 도입에 따른 교과 변별력 약화는 정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변별력을 유지하는 상황이라면 정시로 눈길을 돌리는 대학이 많아질 수 있다.
교육계에서는 수능 영향력 축소를 위한 방안으로 수능에도 절대평가 도입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절대평가가 수능으로까지 확대되면 대학은 수능 변별력 약화 문제까지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임 팀장은 “수능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대학은 수시와 정시를 섞어서 뽑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느슨한 학생부와 느슨한 수능이 결합하는 수시·정시 통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논술형 수능 도입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만일 서·논술형 수능이 변별력을 갖춘 평가라고 대학 사이에서 평가를 받으면 대학들이 수능을 통한 학생 모집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서·논술형 수능 같은 경우 기존 수능에 서·논술형 문항을 추가할지 유럽 주요 국가들처럼 시험 전체를 서·논술형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따라서도 대입에 미치는 여파가 달라질 수 있다.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등을 반영해 2028학년도부터 적용되는 ‘미래형 수능·대입’ 논의를 올해부터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입시전문가들은 고교학점제로 대입제도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바뀔 수 있는 만큼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키우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대입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오히려 혼란이 커질 수 있다”면서 “고교 체제 변화에 앞서 대입까지 염두에 둔 탄탄한 대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