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팩리서치가 직접 방문한 중국 광저우의 이항 공장에는 정돈되지 않은 드론이 배치돼 있다.(울프팩리서치 제공)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중국 드론기업 이항의 주가가 가짜계약 의혹으로 60% 폭락한 지난 16일(현지시간) 서학개미들이 이 회사 주식을 1200억원 어치 ‘패닉셀(공포감에 팔아버리는 투매 현상)’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회계 부정으로 상장폐지된 루이싱커피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이항 주식 매도결제 금액은 1억903만달러(약 1207억원)로 집계됐다. 전체 종목 중 1위에 해당된다.
세이브로에서는 매매 후 3일이 지난서 관련 데이터가 공표된다. 19일 매도결제 대금은 지난 16일 이뤄진 매도거래에 관한 것이다.
글로벌 투자정보 업체 울프팩리서치의 공매도 리포트가 이항 주가 폭락의 단초를 제공했다. 울프팩리서치는 이항과 계약을 맺은 중국 업체 쿤샹이 급조된 기업이라며 쿤샹의 사무실, 현장 사진 등을 통해 사기 정황 증거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주가 폭락 이후 이항 CEO가 공매도 리포트를 반박하자 주가는 하루만에 60% 넘게 급반등하며 70달러선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지난 18일과 19일 2거래일 연속 다시 내리며 59.80달러로 마쳤다. 이는 지난 12일 124.09달러 대비 반토막 난 수준이다.
올해들어 공매도 리포트가 발간되기 전인 지난 12일(현지시간)까지 서학개미들의 이항 매수 결제 규모는 전체 미국 상장 종목 중 5위에 해당하는 4억9526만달러였다. 드론택시로 불리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확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국내투자자가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보관하고 있는 이항 주식 규모는 17일 기준(매매 거래 기준 12일) 447만주에 육박한다. 이항의 총 발행 주식수(5473만주)의 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항의 가짜계약 의혹이 제기됐던 16일(현지시간) 서학개미들은 니오(1040만달러), 바이두(735만달러), 샤오펑(540만달러) 등 중국 기업 주식을 함께 내던졌다.
미국에 상장된 여러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힌 A씨는 “이항의 가짜계약 사건이 나온 이후 포트폴리오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던 니오(중국 전기차 기업)도 같이 정리했다”며 “굳이 (중국 기업)리스크를 들고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